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행정, 복지, 의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광역시 역시 이러한 기술 흐름에 발맞추어 ‘디지털 전환 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반 사회가 진전될수록 그 혜택을 고르게 누리지 못하는 이들, 즉 AI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와 시니어 세대의 소외 문제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디지털 격차 해소와 포용적 교육 정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사회적 약자 계층은 구조적으로 AI와 같은 신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저소득층, 장애인, 이주민, 교육 소외계층 등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필요한 교육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으며, AI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나 인프라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복지관이나 공공기관에서 AI 챗봇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키오스크 기반의 행정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기술 이해도가 낮은 이들은 오히려 기존보다 더 높은 장벽을 경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행정서비스 이용 자체가 어려워지며, 사회적 고립과 불이익을 겪게 된다.
또한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소외 문제 역시 매우 시급하다. 고령층의 경우, AI 기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거나 심리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울산은 산업도시로서 근로자 중심의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높았던 만큼, 베이비붐 세대 이후 은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 활용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 속 디지털 전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중교통 앱, 병원 예약 시스템, 무인 점포 키오스크 등 일상생활 곳곳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시니어 세대는 점차 생활 전반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저하, 사회적 소외, 더 나아가 자존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울산시 차원에서 AI 대중화 교육을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술적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AI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시민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시니어 세대에 특화된 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이 디지털 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인 AI 스피커 사용법, 무인 점포 이용법, 공공기관 키오스크 활용법, 스마트폰으로 병원 예약하기 등 실제 생활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교육 방식 역시 해당 계층의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시청각 자료 위주의 직관적인 콘텐츠, 반복 학습이 가능한 교육 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프라인 교육 공간 마련 등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는 찾아가는 방문형 교육이나 작은 단위의 맞춤형 수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울산의 구청,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지역 대학이나 전문 기관과 협력해 지역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이 유용하다.
더 나아가 은퇴자나 중장년층 중 디지털 역량을 가진 이들을 ‘디지털 도우미’ 또는 ‘AI 시민강사’로 양성하여 시니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세대 간 교육 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순환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울산이 AI 선도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업과 기술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모든 시민이 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약자와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한 AI 대중화 교육은 바로 이러한 미래 지향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도시를 만드는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의 파도 앞에서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울산의 진정한 준비가 지금 필요하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