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수도 울산, 디자인으로 품격을 완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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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업수도 울산, 디자인으로 품격을 완성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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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라이징 포트’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울산박물관 1층에 마련된 도심항공교통(UAM) 체험시설은 기술, 콘텐츠, 지역 상징성, 그리고 감각적 디자인을 결합한 기획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전통적인 기능 중심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미래 산업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할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시설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산업 중심 도시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의 경쟁력은 기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술과 문화, 산업과 예술, 사람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복합적 정체성,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해 경험하게 하는 도시 디자인의 힘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울산 라이징 포트’는 이러한 흐름에서 돋보이는 선도적 시도였다.

고래의 거품 그물을 형상화한 시뮬레이터, 태화강 절벽을 닮은 공간 구성, LED와 실사 영상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은 산업기술과 감성, 지역의 자연과 상징을 한데 엮어냈다. 체험자는 울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된다. 기술 중심 콘텐츠가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 관광 자원으로서의 매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제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울산다운 디자인’이 일부 체험시설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반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울산의 많은 산업시설은 폐쇄적인 구조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정유공장의 야경이 감성적인 라이트쇼로 재구성되고, 조선소의 외벽이 미디어 파사드로 전환된다면, 울산의 풍경은 전혀 다른 감각으로 기억될 수 있다. 산업시설은 기능뿐만 아니라 미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다.

울산은 최근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디지털 혁신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시설일수록 도시 디자인의 철학과 전략이 함께 녹아들어야 한다. 고래, 반구대 암각화, 태화강 등 울산의 전통 자산들이 AI 기술과 만나 새로운 감각의 공간으로 구현된다면, 그것은 기술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디자인은 도시의 ‘보이는 힘’이다. 동시에 시민의 삶을 매만지는 섬세한 손길이기도 하다. 산업도시 울산이 진정한 미래도시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디자인이 함께 호흡해야 한다. 라이징 포트의 수상이 그 출발점이라면, 앞으로 울산의 산업시설과 공공 공간, 도시 경관 전반에 디자인의 숨결이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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