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오후 10시16분, 울산에 사는 A씨는 피를 토하는 토혈 증상으로 119 구급대를 호출했다. 구급대는 A씨를 병원에 보내기 위해 관내 주요 병원 두곳에 연락했지만 ‘응급 내시경 불가’ ‘의료진 부재’ 등의 이유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추가 병원 수배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없었고, 환자는 병원 문턱은 밟지도 못하고 약 82분간 구급차에 머문 끝에 결국 다음 날 병원을 스스로 찾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10분께는 구급대가 흉기로 자해한 B씨를 현장에서 응급처치한 후 구급상황관리센터(구상센터)와 함께 병원을 수배했다. 울산을 포함해 부산·대구 등 인근 도시 병원 16곳에 문의했지만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하거나 정신과 협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85분 만에 울산의 한 병원으로 가까스로 이송됐다.
●지난달 25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토혈 증상의 환자 C씨에 대해 구급대와 구상센터는 울산뿐 아니라 부산·양산·경주·대구 등 총 17개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나 “응급 내시경이 불가능하다” “해당 진료과목 전문의가 없다”는 등의 사유로 단 한곳도 수용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이 환자도 약 212분, 즉 3시간 30분 넘게 구급차에서 대기한 끝에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병원 수용이 지연되거나, 아예 이송되지 못하고 귀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울산시는 응급환자 수용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6월 ‘울산형 응급환자 이송·수용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현장에 적용 중이다.
주요 내용은 ‘선(先) 처치 후(後) 전원’이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할 경우 일단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게 한 뒤 전원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지침은 현장에서는 사실상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울산에서 병원 수용 지연으로 이송이 늦어졌거나 이송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는 총 36건에 달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지난해 전체 사례인 59건을 웃돌 전망이다.
시가 응급환자 이송·수용지침을 개정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의 부재’다. 구급대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즉시 병원 수배에 들어가지만, 의료진의 야간 당직 공백, 협진 체계 미비 등으로 이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가 심각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 체계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인 만큼 시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구급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 관계자는 “의료진이 없거나 해당 진료과가 부재한 경우에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많다”며 “지침이 있더라도 환자와 관련된 진료과 의료진이 없으면 적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개정 지침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도 환자에게 우선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특정 병원에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질환별로 진료 가능한 병원 표를 만들어 적용하고, 진료 협진 체계 등도 점차 개선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하연기자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