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초질서, 작은 실천이 만드는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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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초질서, 작은 실천이 만드는 큰 변화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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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성 울산 삼산지구대 경사

최근 우리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행동 규범인 ‘기초질서’ 확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강제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약속으로 인식된다. 경찰의 일선 현장에서도 생활 주변의 사소한 무질서 행위들을 바로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울산남부서 관내 경범죄 1583건 중 △쓰레기 등 투기 534건(33.7%) △광고물 무단부착 332건(20.4%) △음주소란 275건(17.3%) 등 생활형 위반이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기초질서 관리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필자는 현재 울산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에서 지역 치안을 담당하며 이러한 현실과 매일 맞닥뜨리고 있다. 관할지역은 유흥업소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번화가로, 일상에 다양한 무질서 행위가 발생하는 곳이다. 심야에 인도와 차도가 취객의 고성방가로 시끄러워지고, 거리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어지럽혀지기 일쑤다. 보행 신호를 무시한 무단횡단이나 인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흔히 목격된다. 최근 급증한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킥보드) 관련, 헬멧 미착용이나 무면허 주행 등 기본 수칙을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례도 많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삼산지구대는 기초질서 바로 세우기에 구슬땀을 흘려왔다.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하나하나 챙긴 결과, 경범죄 특별단속 평가에서 최우수팀과 우수팀에 동시에 선정됐다. 이러한 성과는 기본을 지키는 치안 활동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시민들의 인식 부족이었다. 길바닥에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행위, 공공장소에 침을 뱉는 행위 등은 경범죄처벌법상 엄연한 범법 행위다. 노상방뇨나 불법 광고물 부착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속 현장에서 시민들은 종종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이것도 범죄가 되나요?” “왜 버리면 안 되요?” 하고 의아해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달리던 청년에게 무면허 운전과 헬멧 미착용을 단속했을 때도 “킥보드에 면허가 필요한 줄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동료들과 세운 원칙은 처벌보다는 계도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었다. 적발 즉시 단속하기보다는 잘못을 알리고 즉각 시정하도록 유도했다. 물론 계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결국 법의 엄중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올해 광고물 무단투기로 46명을 적발했고, 지금은 거리에서 불법 전단지가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나뒹구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일관된 노력과 엄정한 법 집행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무질서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달라진 거리의 풍경만큼이나 고무적인 것은 주민들의 인식 변화다. 초기에는 경찰의 단속 활동을 두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며 불만을 표하던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택가 골목길의 상습 불법 주정차 차량이 치워지자 아이들과 보행자들이 한층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역주민들의 공감과 협조가 더해지면서, 기초질서 확립 효과가 비로소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울산경찰청도 ‘생활 기초질서 확립 계획’을 수립해, 7월부터 12월까지 쓰레기 투기, 광고물 무단부착, 음주소란 등 반복적인 질서위반 행위에 대한 집중 계도와 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 공감에 초점을 맞춘 ‘질서 있는 일상 만들기’ 캠페인은 경찰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치안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 기초질서는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오늘도 경찰관들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때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때로는 다정한 이웃처럼 다가가 조언하겠지만, 그 모든 노력의 목표는 단 하나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동네, 그리고 모두가 기본을 지켜 서로에게 신뢰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기초질서가 잘 지켜지는 울산, 나아가 성숙한 우리 공동체를 위해 필자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최덕성 울산 삼산지구대 경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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