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영공 때 미자하라는 자가 군주의 총애를 받아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한 난쟁이가 영공에게 말했다. “꿈에 아궁이를 보았는데 공을 만나게 될 징조였습니다.” 영공이 노하여 말하였다. “내가 듣기로 군주를 알현하려는 자는 꿈에 해를 본다는데, 너는 어찌하여 나를 만나면서 아궁이를 보았다고 하는가?” 난쟁이가 대답하였다. “무릇 태양은 천하를 두루 비추는 것으로 한 사람으로는 그 빛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군주를 만나는 자는 꿈에 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궁이는 한 사람이 앞에서 불을 쬐고 있으면 뒷사람은 그 불빛을 보지 못합니다. 지금 누군가 군주 앞에서 불을 쬐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신이 꿈에서 아궁이를 본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한비자> ‘내저설 상’에 나오는 말이다. 무릇 태양은 천하를 비추므로 한 사물로는 가릴 수 없고, 군주는 한 나라를 비추므로 한 사람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신의 빛이 몇 사람들에 가려서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군주들이 많다. 덕행을 쌓은 군주는 귀를 거스르는 말을 듣고, 얼굴을 살피지 않고 하는 간언을 좋아한다.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하려면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를 후하게 대우하고 참언하기 좋아하는 자를 질책하며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여야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경계하고 상벌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 간사한 말로 군주의 눈과 귀를 막는다면 단호히 내쳐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내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바른 군주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군주의 권위는 감정을 따르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이성에 의해서 나온다.
“곧은 나무는 그림자가 굽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거울은 오직 맑음만을 지켜야 아름다움과 추함을 비교할 수 있다고 한다. 현명한 신하를 곁에 두는 자도 군주요, 내치는 자도 군주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릴 수 있어야 군주가 바로 설 수 있다. 쓴소리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아끼는 사람에게도 확고한 원칙으로 대할 수 있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크든 작든 조직의 리더라면 명심해야 할 말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