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조업 혁신은 빠른 AI 전환으로
상태바
[기고]제조업 혁신은 빠른 AI 전환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 RUPI사업단장·공학박사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역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지역 현안을 해소하고 발전 방안을 토론하겠다는 취지로 광주, 대전에 이어 최근 부산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격상시켜 균형 수준이 아니라 지방 우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규모가 커야 중력이 작동된다. 지역이 광역화돼야 경제적 중심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광역교통망 조기 확충과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에도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했다.

이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도 참석해, “부울경 지역은 제조역량이 뛰어난데 AI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면서 “잘 진행된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글로벌 권역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점에 필자는 큰 관심이 갔다. 그는 대통령실에 들어가기 전, 경상일보가 주관한 울산혁신컨퍼런스에서 “대기업들이 고도화된 AI전환(AX)을 추진하는 데 비해, 중견·중소기업 상당수는 그 이전 단계인 디지털전환(DX)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자체 투자가 쉽지 않은 데다가 DX라는 밑작업이 선행되기 위해선 각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단지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계·설비의 노후화, 숙련 노동자의 고령화, 중국의 거센 추격 등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폐업이 잇따르는 탓이다.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불황과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면서 생산량과 인력을 줄이는 가운데, 석유화학산업 전반이 휘청이는 모양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향후 3년 내 국내 석유화학업체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버티는 전략만으로는 좀처럼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필자는 경상일보 7월25일자 1면 기사에서, “글로벌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석유화학업계 최대 난제는 공급과잉이다. 중국과 중동 양쪽에서 설비 증설을 하고 있는데, 2028년까지는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제조 AI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고부가 제품도 불황의 파고(波高)를 피하지 못하는 만큼, 울산 석유화학업계는 수십년간 쌓은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제조 AI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K-제조업이 마주한 복합 위기와 구조적 쇠퇴를 막을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가 급부상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와 결합해 실제 물리적 환경을 제어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AI를 뜻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TC 2024’ 기조연설에서,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생성 AI 다음은 피지컬 AI라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8%다. OECD 평균인 14%의 약 두 배 수준으로 독일·일본 등 주요 제조업 강국보다 높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에 국가 명운(命運)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앞으로 10년 안에 한국 제조업 상당 부분이 중국 부상 등으로 퇴출당할 것이다. 희망은 제조업에 특화한 AI”라면서 ‘피지컬 AI와 제조업 대변신’을 강조해 왔다. 또한,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공정 최적화, 로보틱스 통합 혁신에 필요한 피지컬 AI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술이 전략의 중심이고, 기술 변화에 둔감하면 임원 자격이 없다”고 꼭 집어 말했다. 아직 피지컬 AI의 선도국은 없다, 그러므로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이, 그리고 한국경제의 심장인 울산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석유화학을 비롯한 울산 제조공장의 ‘AI 전환(AX)’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 RUPI사업단장·공학박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오늘의 운세]2025년 10월20일 (음력 8월29일·임술)
  • 옥교동한마음주택조합 8년만에 해산 논의
  • 울산도시철도 2호선 예타 여부 이번주 결정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박준 ‘지각’
  • 필름부터 AI이미지까지 사진 매체의 흐름 조명
  • 중구 ‘B-15 조건부 의결’ 재개발 본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