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에게 학창 시절 수학은 퍼즐과도 같은 매력을 지닌 과목이었다. 문제를 분석하고, 정해진 공식과 규칙에 따라 풀어나가 마침내 정답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은 다른 어떤 과목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였다. 수학이 삶과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첫 직장에서 신제품 연구, 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체감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적 논리가 중요한 도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점점 수학에 흥미를 잃고 결국 수포자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가고 있다. 2025년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2024년 서울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0명 중 4명이 수포자라고 한다. 또한, 2022년 교육플러스의 조사에서는 고2 학생의 32.3%, 중3 학생의 22.6%, 초등6 학생의 11.6%가 스스로 ‘수포자’라고 답했으며, 초등 5학년, 중2, 고1 시기에 수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도하였다 .
그렇다면 우리는 왜 스스로 수포자가 되는 길을 택했을까?
첫째,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둘째, 수학은 누적 학습이 필요한 과목으로 이전 학년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후 학습에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하여 수학 공부법의 부재도 주요 원인이다.
셋째, 단순 암기나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고, 개념의 원리와 응용을 충분히 익히지 못하면 흥미를 느끼기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하여 좌절감이 반복되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결국 수포자가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의 수학 교육이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맞춰진 소수를 위한 교육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는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양 교과목으로 공학 기초 또는 공업 수학으로 1학년 1학기에 32시간이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업성취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을 일상생활과 연계하여 가르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함수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복잡한 수학 공식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를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와 연결 지어 설명하면 어떨까?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라 배터리 잔량이 줄어드는 관계를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잔량이 감소하는 ‘반비례 또는 감소’관계를 함수로 설명할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분과 적분의 경우, 미분은 어떤 양이 ‘아주 짧은 순간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는 도구, 즉 ‘변화율’을 계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나 빨리 닳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특정 시간 동안 얼마나 충전량이 줄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미분의 개념과 연결할 수 있다.
적분은 미분의 반대 개념으로 아주 작은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진 ‘총량’이나 ‘면적’ ‘부피’를 계산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차량의 주행 기록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를 적분하여, 특정 시간 동안 ‘얼마나 이동했는지’ 거리를 계산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의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학생들이 수학의 실용성과 가치를 쉽게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은 단순히 시험을 위한 교과목이 아니다. 수학은 미래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기초 체력이며,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역량이다. 공교육 측면에서 수학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더 이상 ‘수포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학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필수 교과목임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운영지원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