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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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 경상일보
  • 승인 2025.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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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우, 가뭄 등은 생태계에 더욱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극곰의 서식지 축소, 산화 백화 현상과 이에 의존하는 생물종의 사라짐, 수많은 벌의 사라짐, 최근의 모기 종 수치 감소 및 곤충 발생 시기 변화, 그리고 설치류의 과다 번식 등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생식, 신진대사, 면역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생태계 균형에 금이 갈 것이 예상되며, 변화된 환경에 취약한 종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이에 따른 공생관계 파괴는 먹이사슬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의 점진적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많은 생물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오르면, 전 세계 생물종의 20~30%가 멸종 위기에 처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천만종의 동식물, 그리고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 일억종 이상의 생물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종은 서로에 영향을 주면서 생태계를 유지한다. 인류는 아직 그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중요하다는 것만은 확인되어 있다.

첫째, 다양한 생물종은 인류의 식량과 의약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생물자원, 즉 유전자 공급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과학기술로 야생종을 개량하여 식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160종에 불과하다. 특히 인류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곡물 중 90% 이상을 20여종의 식물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벼, 밀, 보리가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육종으로 길들여진 농작물은 온도에 예민하여 연평균 기온이 2℃ 정도만 달라져도 거의 살 수가 없다. 새로운 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야생종의 유전자를 이용해야 하는데, 다양한 야생종의 이용은 미래 식량 개발에 절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생물종은 의약품 생산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니실린, 마이신 등 항생제의 시작은 곰팡이에서 추출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키니네, 아스피린, 모르핀, 타미플루 등 치료제도 식물과 미생물에서 추출되어 대량으로 합성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암, 당뇨, 고혈압, 에이즈 등의 치료제가 새로 발견되는 식물이나 미생물에서 추출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생물종은 생태계 물질 순환의 담당자로서 인류에게 쾌적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안정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평형을 유지해야 하며, 생물종이 많을수록 안정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 기후 연구팀이 기존의 기후 예측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후 보정 자료를 도입해 어느 특정 지역의 재난 위협 정도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기후변화는 전 세계 인구 약 3억명 이상의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대이동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 놓은 바 있다. 기후변화와 인간 삶의 터전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삶의 터전에는 다양한 생물종의 유지가 필수적인 것이다.

지나친 군비 증강과 전쟁 행위는 전쟁 시는 물론 평화 시에도 상당한 환경오염과 파괴를 유발하며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은 미래와 미래 세대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 속성과 연결된다. 가까운 미래에만 관심이 있을 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며, 지구 환경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나, 아무 대책 없이 방치해두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기후가 안정적일 때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전혀 몰랐던 것처럼, 자연계의 생물다양성의 붕괴에 따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게 되면,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유지는 바로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아보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유전화 확보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형식적 시도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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