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오늘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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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오늘이 최고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8.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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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8월 한여름의 뜨거움을 뚫고 폭우가 지나간 뒤, 차가울 만큼 시원한 여름밤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으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강변에 앉아 있으면, 저 멀리서 익숙한 노래 한 소절이 들려온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오랜 세월 마음속에 묻혀 있던 노래가, 한여름의 낯선 차가움 속에서 불쑥 나를 찾아온 듯하다. 이 노래를 즐겨 부르던 어린 시절의 나는, 가사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그 시절 나는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의 나’를 기다렸다.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될 줄 알았고, 마음이 더 여유로워질 줄 알았기에, 현재보다 더 행복하고 멋진 날이 오리라 믿었다. 좋은 대학만 가면, 좋은 직장만 다니면, 좋은 사람만 만나면… 그때야말로 완전한 행복이 나를 찾아올 거라는 달콤한 기대를 품고, 눈빛을 먼 하늘에 걸어둔 채 젊음을 스쳐 지나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그토록 손꼽아 기다렸던 미래가 어느 순간 멀리하고 싶은, 두려운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 혹시 건강을 잃지는 않을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져 외로워지는 건 아닌지… 사소하지만 끈질긴 걱정들이 일상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기다리기만 하던 미래가 한순간 천덕꾸러기 친구로 변해버린 듯했다.

그렇게 변덕스러워 보였던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오히려 ‘지금 내가 참 행복하다’는 증거였다. 지난 3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맡으며 나는 다시 대학교 신입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어렵고 낯설었지만, 하나하나 세심하게 이끌어 준 선배 장학사님의 도움 덕분에 낯선 일들은 불가능한 한계가 아니라 설레는 도전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건강한 의지의 소중함과 사람의 따뜻함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일의 무게, 관계의 굴곡,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한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인생 무늬를 함께 엮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빛난다. 기다렸던 미래도, 두려워했던 미래도 결국은 오늘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아낌없이 살아내며, 좋은 사람들과 최고의 하루를 쌓아가는 지금이 참 고맙다.

완벽한 날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순간 속에 숨 쉬고 있다.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좋은 분들과도 예고 없이 이별이 찾아오고, 그 사이로 또 새로운 만남이 들어선다. 허전하고 시큰한 마음이 들어도, 나는 믿는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이 노래처럼, 오늘을 함께 웃고 걸어가는 오늘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 삶의 최고다.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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