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KDI의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들이 성장률을 1% 이상으로 상향한 흐름과 달리 0%대 전망을 유지했다.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최근 전망치를 1.1% 안팎으로 높였고, 해외 주요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1.0%였다.
하지만 KDI는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돼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판단,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을 기존보다 3.9%p 낮춘 -8.1%로 조정했다.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건설현장 안전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 사례도 부진 요인으로 지목했다.
수출은 지난해 6.8% 증가에서 올해 2.1% 증가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실효 관세율이 1930년대 수준으로 치솟고 통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 관세율 하락과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무관세 유지로 대외 여건은 상반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선제적 수출’ 효과로 수출 증가율 전망은 1.8%p, 상품수출은 1.6%p 각각 상향했다. 설비투자는 1.8% 증가, 민간소비는 소비쿠폰 등 부양책과 저금리 영향으로 1.3% 늘어 0.2%p 상향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전망돼 상반기보다 0.3%p 올랐지만 지난해(2.3%)보다 낮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으로 올해 1060억달러, 내년 91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취업자는 정부 일자리 확충과 소비 개선을 반영해 15만명 증가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수출 증가율이 0.6%로 둔화되더라도 건설투자(2.6%)와 민간소비(1.5%)가 반등해 보완할 것으로 봤다. 다만 반도체 관세 인상과 부동산 PF 정상화 지연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이번 전망에는 최근 미국이 언급한 반도체 100% 품목 관세가 반영되지 않았다. KDI는 반도체 관세율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미·중 통상 갈등이 심화할 경우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추경 등 재정정책 효과로 소비 증가율이 상향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의 시급성은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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