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22일, 울산 울주군의 한 공장 증축공사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 위를 이동하던 노동자가 추락방호망을 뚫고 11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방호망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추락방지 설비를 ‘갖췄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제대로 기능했느냐’, 그리고 안전관리가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던진다.
이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인 6월18일, 경기도 시흥의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에서도 철골 구조물 위에서 작업발판 없이 이동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5월29일에는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 신축현장에서 철골 보 위를 걷던 노동자가 10m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4월25일에도 충남 아산의 한 물류센터 공사장에서 철골 상부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8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번 울산 사고는 추락방호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충격을 흡수할 수 없는 부실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복되는 사고가 말해주는 사실은 분명하다. 철골 구조물 위에서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으며, 형식적인 안전조치 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규칙은 이미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다. 작업발판과 추락방호망 설치를 의무화하고, 높이 2m 이상에서의 작업 시에는 안전대 착용과 부착설비 마련을 규정하고 있다. 철골작업 시 근로자가 오르내릴 수 있는 가설통로 설치도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발판과 통로가 생략되거나, 추락방호망이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되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이번 울산 사고와 같은 공장 증축공사 현장은 대부분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공사로, 법적으로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다. 시공사는 현장소장과 직원 1~2명으로 공사를 수행할 수밖에 없고, 안전관리 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안전한 공법 선정 등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나, 현실에서는 이런 부분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해외 사례는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철골공사에서 추락을 가장 치명적인 위험으로 보고 설계 단계부터 관리한다. 철골 부재가 조립되기 전부터 고정식·가설 발판을 통합 설계해 공중 이동을 최소화하고, 근로자 개개인에게 전용 앵커포인트를 제공해 이중 연결 방식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한다. 작업 전에는 작업허가제를 운영해 현장소장의 승인 없이는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하고, 매일 위험요소를 재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장비를 갖추는 수준을 넘어, 그것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관리문화의 결과다.
일본 역시 철골공사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선제적 대책을 운영한다. 철골 부재 조립 전 ‘프리패브 공법’을 활용해 지상에서 가능한 많은 조립을 끝낸 뒤 고소작업을 최소화한다. 또한 작업자가 철골 위를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상부 가설통로(워크웨이)와 고정식 발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며, 추락방호망은 다단계로 설치해 하나가 손상되더라도 추가 방호망이 충격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한다. 풀 하네스형 안전대와 수직 생명줄(라이프라인) 착용은 물론, 철골공사 전용 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작업에 투입될 수 없다. 이러한 다중 방호체계는 ‘사람이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설사 추락하더라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우리도 이제 변해야 한다. 발판과 가설통로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원칙이 되어야 하고, 추락방호망은 설치 이후에도 성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작업 전 위험성 평가와 작업허가제를 강화하고, 고소작업 근로자는 반드시 사전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서류와 절차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울산의 사고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안전을 ‘갖추는 것’에만 머물고 있지 않은가?” 생명을 지키는 진짜 안전은 장비와 규정이 아니라,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실행과 관리에서 나온다. 반복되는 철골공사 추락사고를 멈추는 길은 바로 거기에 있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