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2년 2월3일 남구 매암동 납도마을에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시작으로 공업도시의 서막을 알렸다. 공업탑은 우리나라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것을 기념하여 1967년 4월20일에 착공, 울산공업센터 지정 10주년인 1973년에 완공되었는데, ‘겨레의 승리와 번영을 상징하는 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건립 당시에는 산업도로와 봉월로 두 간선도로를 잇는 교차점이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울산시민의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였다. 1970년에 분수대가 외곽에 추가되었고, 1984년에 탑 주변의 회전 반경을 확대하면서, 자가용 시대의 회전교차로 역할을 담당하였다. 2010년에는 청동 남동상을 복원하고, 여인상과 지구본 주물을 청동 재질로 교체하였으며, 분수를 철거하면서 녹지공간으로 조성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공업탑은 건립 초기에는 자동차가 많지 않아 편하게 탑까지 들어가서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 자연스레 시민들에게 ‘울산의 상징’이라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으나, 회전교차로 역할로 전환되면서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없는 ‘도심의 섬’이 되어버린 점이 아쉽다.
그런데 울산 도시철도 1호선 건설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공업탑의 이전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되었다(경상일보, 2025년 8월5일자). ‘공업탑 이전 기본구상 용역’을 수행한 울산연구원의 연구 결과,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이 상징성과 활용도, 접근성 측면에서 이전 대상지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공원 동문은 기존 공업탑 위치에서 직선거리로 240m 떨어져 있다 보니 조형물을 옮기는데 물리적 거리가 짧아서 운반비용이 줄어들고, 산재 희생자 위령탑, 현충탑 및 호국관, 참전기념 충혼탑 및 인근에 위치한 울산박물관 산업사관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함께 대상지로 검토된 태화강역 광장은 역에서 하차하여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교통 혼잡을 초래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번영로 사거리는 울산 도심 진입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현재 많은 교통량으로 혼잡함을 겪고 있는데, 이전 공사를 위해 교통 통제를 할 경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이전 방식의 경우에는 원형 그대로 이전보다는 핵심 상징 요소만 선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재제작’ 방식이 검토되었다고 하는데, 공업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공업도시 울산, 산업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건축문화유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선사시대 건축물이라고 한다면, 근대 산업화와 공업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공업탑’도 우리가 지켜야 할 건축문화유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업탑 이전은 더욱 신중하게 시민과 지역사회의 뜻을 수렴하여, 최적의 이전 적지가 선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2013~2014년에 울산광역시 관광진흥과는 울산을 방문하는 외부 인사들이나 국내·외 출장 시 관계자에게 전달할 기념품으로 공업탑 모형을 제작하여 선물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산업관광에 관심이 고조되어 산업관광 콘텐츠의 하나로써 공업탑 모형을 제작하여 기념품으로 활용한 것인데, 이처럼 울산의 기원과 우리나라 산업화 및 근대화에서 차지한 역할을 상징성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업탑을 축소하여 아크릴로 제작하거나 3D 기술을 활용한 공업탑 모형을 기념품으로 제작할 경우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상징적인 건축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에 다녀오면서 구입하는 기념품으로 ‘석가탑·다보탑 모형, 첨성대 모형’, 제주를 다녀오면서 구입하는 기념품으로 ‘돌하르방’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업탑 모형도 지역의 대표 건축문화유산의 의미를 부여해 지역 대표 기념품이 되도록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