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거제 ‘트럼프 러브콜’, 득(得)일까 실(失)일까
상태바
[사설]울산·거제 ‘트럼프 러브콜’, 득(得)일까 실(失)일까
  • 경상일보
  • 승인 2025.08.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K-조선업의 양대 산맥인 울산과 경남 거제가 ‘트럼프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HD현대(울산)와 한화오션(거제)이 있는 두 도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위해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선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최근 타결된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에 강력한 추진력이 더해지고,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정치인 행보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K-조선업의 미래가 달린 듯한 상황은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시는 APEC 개최를 앞둔 두 달여 기간 동안 외교부처, 산업계, 국회와 협력해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부산 주한미국영사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울산에 초청하는 서한을 전달한바 있다. 해당 서한에는 울산의 경제적 위상, 산업 경쟁력, 한미 산업 협력 잠재력, 그리고 조선·방산·해양안보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APEC 개최 예정지인 경주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한국 제조업의 심장’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화오션이 있는 경남 거제시도 트럼프의 1998년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방문 인연을 강조하는 서한문을 보낼 예정이다. 미 해군 함정 3척의 MRO를 수행하는 한화오션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과거의 인연을 사업적 관계로 연결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치 경쟁에는 간과할 수 없는 ‘실’도 존재한다. 두 기업은 KDDX 사업을 둘러싼 소송전으로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트럼프 방문을 둘러싼 과열된 유치전은 양사 간 감정적 대립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해칠 수 있다. 조선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 업계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방문 유치 경쟁은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특정 정치인의 방문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K-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히는 데 있다. 한국 조선업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트럼프를 모시는 데 있지 않다. 그가 오든 오지 않든, 기술력과 자생력을 갖춘 초일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6)도시바람길숲-새이골공원
  • 폭우에 단수까지…서울주 3만5천여가구 고통
  • [정안태의 인생수업(4)]이혼숙려캠프, 관계의 민낯 비추는 거울
  • 태화강 2년만에 홍수특보…반천에선 車 51대 침수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문성해 ‘한솥밥’
  • 양산 황산공원 해바라기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