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잿빛 하늘. 한때 울산의 경관을 상징했던 이 단어들은 이제 우리가 넘어서고 있는 과거의 풍경이 되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심장이었던 이곳 울산이 이제 ‘정원도시’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오는 2028년 개최될 울산국제정원박람회는 그 원대한 꿈을 향한 담대한 첫걸음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세계적인 정원으로 변모하고, 오염의 대명사였던 태화강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국가정원으로 거듭난 기적. 이 거대한 서사는 단순히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을 넘어, 도시와 인간,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건축은 자연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자연을 밀어낸 자리에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위한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근대 도시의 발전 공식이었다. 건축은 인간 이성의 승리였고, 자연은 정복과 관리의 대상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편리와 효율을 얻었지만, 숨 쉴 공간과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잃어갔다. 네모반듯한 건물들로 가득 찬 삭막한 도심 속에서 우리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도시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건축이 자연을 향해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과거처럼 자연을 건물 옆에 장식품처럼 두는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선다. 건물의 벽면을 타고 오르는 수직정원, 빗물을 저장하고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옥상 녹화, 주변의 지형과 바람의 길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들어서는 건물들. 이는 건축이 지배자의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자연이라는 오랜 친구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겸손한 화해의 제스처다. 건축은 이제 독립된 객체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의 일부로 자신을 ‘환원’시키고 있다.
건축의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도시 속 자연, 즉 조경의 역할 또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경으로 주어진 공간에 수동적으로 식물을 배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도시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구축된 자연’으로 나아가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단순히 보기 좋은 공원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 아래 물과 흙, 동식물이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유지되는 하나의 생태계다. 버려진 땅에 새로운 생태축을 만들고, 단절된 녹지들을 연결하여 새와 곤충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 이는 인간이 자연의 회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존의 자연과 새로운 자연이 공존하는 더 풍요로운 생태망을 짜는 능동적인 행위다.
이렇게 건축이 자연에 스며들고, 자연이 도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이 둘은 비로소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이 된다. 건물은 딱딱한 회색 구조물이 아니라 녹색의 일부가 되고, 공원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흐르는 녹색 동맥이 된다. 우리가 매일 걷는 보도블록 틈새에서 피어나는 작은 들꽃 한 송이까지도 이 새로운 풍경의 당당한 일부가 된다.
울산이 지향하는 미래가 바로 이것이다. 산업의 유산 위에 자연의 숨결을 덧입혀, 기술과 생태가 공존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도시 풍경을 창조하는 것. 이러한 도시의 미래 풍경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이 펼쳐질 장이 곧 우리 곁에서 열린다. 오는 9월 1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하는 제9회 건축문화제는 건축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우리가 살아갈 도시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부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까지, 건축문화제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애정을 키우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더 이상 회색빛이 아니다. 건축과 자연이 아름다운 협업을 통해 빚어내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시민들의 삶 또한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울산건축문화제에 오셔서 울산의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길에 지혜와 상상력을 보태주시길 바란다.
김효엄 제9회울산건축문화제 추진위원장 무아 건축사사무소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