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솜방망이’ 중대재해법, ‘금융치료’로 안전의식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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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솜방망이’ 중대재해법, ‘금융치료’로 안전의식 혁신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8.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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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에서 안전 수호신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같이 산업 현장으로 출근한 노동자들,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인 그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해마다 2000건(명) 넘게 반복되고 있다. 부상자 수는 14만명을 넘어 오히려 증가 추세다.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법의 도입 취지가 기대만큼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월27일 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2986건 중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276건에 불과하다. 중처법 관련 수사 지연 비율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최대 5배,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 판결 비율은 3배 이상, 집행유예 비율은 2.3배나 높다. 설사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심 판결이 나온 56건 중 실형은 5건, 벌금형은 2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5.7%는 집행유예였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고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엄격한 증거 요건에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3월 울산지방법원은 석탄 운반 중 발생한 사망사건에서 S사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네번째 사례이자, 하청업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였다.

다만 솜방망이 처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4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중 최고 형량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울산 지역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로 인한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들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는 한, 중대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매출이나 이익에 연동된 벌금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뿌리내린 제도다. ‘안전을 무시하면 큰 손해를 본다’는 경고, 즉 ‘금융치료’가 산재 차단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미비로 인한 구조적 참사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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