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에서 인공지능(AI) 수도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남구 활성동 울산미포국가공단 부지에서 착공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이 그 출발점이다. 울산은 기존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에 데이터 인프라를 더해 AI 기반 산업 대전환의 중심지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전환점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허브를 향한 울산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단순한 데이터 인프라를 넘어 울산의 산업 DNA에 AI라는 혁신적 요소를 결합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AI를 통해 울산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AI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업수도로서의 재도약과 국가 경제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AI 데이터센터는 7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27년부터 본격 가동될 이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AI 특화 인프라로서,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울산을 ‘AI 수도’로 선포하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연관 산업을 유치하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의 AI 수도 선포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울산의 산업 구조 전환과 글로벌 산업수도를 향한 전략적 행보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울산이 ‘AI 수도’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최근 정부는 광주, 대구, 전북, 경남을 ‘AI 혁신 거점’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함께 5500억~1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및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AI 혁신 거점’에 배제된 울산을 비롯한 여타 시도는 국가 전략적 차원 보다는 자발적인 AI 생존 전략을 추진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울산이 ‘AI 허브’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SK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민간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고, 연구개발 및 데이터 기반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을 확산시키고, 울산의 AI 산업 생태계를 확립해야 한다. 결국,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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