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스타트업의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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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스타트업의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 방안
  • 경상일보
  • 승인 2025.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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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오늘날 인공지능(AI)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그 데이터가 얼마나 고품질인가에 의해 좌우된다. AI 모델은 데이터를 연료로 삼아 학습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성은 곧 혁신의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각종 규제로 인해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초기기업들이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역 단위에서 AI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울산이 AI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면, 첫째, 법적·제도적 경직성이 크다.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저작권법은 본래 개인의 권리 보호와 정보 안전을 위한 장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적용으로 인해 데이터 활용의 폭을 좁히고 있다. 비식별화된 데이터조차도 법적 해석의 불확실성 때문에 스타트업이 마음 놓고 활용하기 어렵다. 둘째, 공공 데이터 개방의 한계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은 신뢰성이 높은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공 방식이 제한적이고 가공된 형태가 대부분이다. 원본 데이터(raw data)나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는 개방이 미흡하다. 이는 공공 데이터가 가진 잠재적 가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민간 데이터의 독점 구조가 문제다.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반면, 스타트업은 이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은 혁신적 시도를 구상하더라도 실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음은 울산형 규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에너지, 화학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을 보유한 도시이다. 이러한 산업군은 대규모의 센서 데이터, 생산 데이터, 물류 데이터 등 고품질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해당 데이터가 스타트업에게 충분히 개방되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 데이터는 대부분 기업 내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울산이 AI 기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데이터 개방 및 규제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창업기업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활용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울산은 단기간 내에 AI 중심 도시로서의 AI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해 살펴보면, 첫째, 공공 데이터의 원본 수준 개방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단순 통계 수준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 개방하여, 스타트업이 실제 학습 데이터셋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데이터 활용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실증 사례를 통해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개인정보 비식별화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헬스케어 AI 프로젝트를 울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겠다. 셋째, 지역 데이터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의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집적하고, 이를 스타트업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넷째, 민간 데이터 공유 협력 모델 마련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일부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제공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자동차나 조선 등 울산의 주력 산업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 스마트 선박,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데이터 활용 관련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 비식별화 데이터 활용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저작권법의 공공 저작물 범위를 확대해 연구·개발 목적의 자유로운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 활용 능력에서 비롯된다. 지금과 같은 규제 구조가 지속된다면,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울산은 산업 데이터가 풍부한 도시이자,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역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인공지능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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