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시민을 마주하는 경찰관으로, 요즘 가장 크게 체감하는 범죄는 다중피해 사기다. 다중피해 사기란 투자사기, 유사수신, 인터넷 직거래 사기 등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명이 동시에 피해를 입는 조직적 범죄다. 개인을 노린 일반 사기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
올해 4월 울산경찰청은 SNS로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해 전국적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피해를 일으킨 로맨스스캠 조직을 적발하였다. 피해자 연령층도 다양해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7월 울산남부경찰서가 검거한 불법 금 투자 유사수신 업체는 ‘원금 보장, 고수익 20%’를 약속하며 300여 명에게서 100억원 이상을 모집했다. 50~60대 은퇴자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고, 지인을 통한 소개 방식까지 활용하는 등 다단계식 구조로 피해가 확산되었다. 또한 온라인 중고거래에서는 프로축구 입장권 판매를 미끼로 수십 명이 피해를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소액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나, 피해자 수가 많아지면 사회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현장에서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다.
피해자 대부분이 ‘조금 더 의심했더라면’ ‘주변에 상의했더라면’하며 후회한다. 이는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사기범들의 수법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로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거나, 실제 거래소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가짜 투자 앱을 만들어 금전을 빼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번역기와 상담 시스템까지 활용하여 해외 조직이 국내 피해자를 노리는 일도 있었다. 일부 범죄 조직은 기업처럼 콜센터·상담원·홍보팀을 운영하며 범행을 분업화한다. 특히 해외에 거점을 둔 국제 범죄단체가 늘어나면서, 수사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울산경찰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한 조직 검거, 불법 계좌와 가짜 사이트 차단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기업과의 협약, 온라인 홍보, 전광판 방송 등 다양한 예방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의 경각심과 빠른 신고다.
범죄자들의 수법이 아무리 교묘해져도, 기본적인 예방 원칙만 지킨다면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첫째, ‘원금 보장·고수익’을 약속하는 투자는 사실상 사기이다. 의심이 간다면 즉시 중단하고, 가족이나 지인과 상의해야 한다.
둘째, 인터넷 중고거래에서 선입금을 요구하거나 직접 만남을 거부한다면 위험 신호이다. 반드시 안전결제나 직거래를 이용해야 한다.
셋째, 낯선 사람이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즉시 연락을 끊어야 한다.
넷째, 피해를 당했거나 의심이 든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지체없이 112에 신고해야 한다. 빠른 신고가 추가 피해를 막고 범인 검거로 이어진다.
다중피해 사기는 연령, 학력,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는 범죄이다. 시민 한 분 한 분의 경각심이 곧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지구대 경찰관으로서 필자도 항상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동시에 시민 여러분도 주변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안전망을 만들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작은 의심과 신중함이 큰 피해를 막는다.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112로 신고해 달라. 경찰과 시민이 함께한다면, 울산의 안전망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최덕성 삼산지구대 순찰팀원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