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월 울산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액은 189억8000만원, 피해 노동자는 3169명에 달했다. 월 평균 453명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사업장의 임금 체불은 노동자 가정의 생계와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임금 체불은 명백한 노동기본권 침해다. 이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울산지역 사업장 체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피해 근로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건설·화학 등 원청과 하청업체간 종속적 계열화 구조로, 계약서 미작성, 지급 지연, 원청 책임 회피 등으로 체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특히 반복적인 체불이 ‘사업 관행’처럼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사업장은 해마다 동일한 문제가 되풀이되는데도 실질적 제재가 미약하다 보니 ‘임금은 떼어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까지 만연하다.
정부 대책은 여전히 단속 중심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월 지자체와 합동으로 대규모 체불 단속을 예고했고, 산재 예방에 이어 임금체불 대응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근로감독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할 법적 근거도 마련 중이다. 현장 밀착형 관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단속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크다. 권한만 위임하고 인력·예산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행정 공백만 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방노동관서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노동자는 ‘체불 악순환’의 고리에 방치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질적 체불 사업장 명단 공개 강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병행, 노동자 임금청구권 우선 보장, 체불 발생 즉시 지급 보증 제도 도입 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울산처럼 원·하청 구조가 고착된 도시에서는 원청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에게 비용 전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한, 체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임금체불은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추석을 앞두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밀린 임금을 신속히 정리해 노동자와 가족들이 마음 편히 명절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울산시와 울산지방고용노동청이 앞장서 근본적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범적 해결 모델을 제시하길 바란다. 임금 체불 근절은 행정 실적이 아니라 노동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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