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입시를 넘어, 대학 경험이 인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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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입시를 넘어, 대학 경험이 인생을 바꾼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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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오늘부터 2026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당연히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가장 큰 관심은 합격 여부일 것이다. 원하는 대학의 합격증을 손에 쥐는 순간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합격 그 자체일까, 아니면 대학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성장을 이루느냐 일까. 이 물음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합격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전통적인 명문대인 하버드, MIT, 스탠퍼드 대학을 제치고 미네르바 대학이 뽑혔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오늘날의 대학은 단순히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학생이 사회와 만나고, 지역과 세계를 경험하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경험의 장이다. 특히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학들은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해 새로운 교육과 연구를 시도하며, 수도권 대학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동남권은 대한민국 산업경제의 핵심 축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사업장, 조선산업의 중심, 글로벌 항공우주산업의 거점, 그리고 해양수도의 부산항을 비롯한 동북아 해양·물류의 허브가 모두 이곳에 자리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디지털금융 등 디지털테크 분야와, 이차전지와 수소에너지 중심의 클린에너지 산업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다. 여기에 금융, 영화와 게임 같은 문화콘텐츠, 관광·MICE 산업까지 더해져, 동남권은 이미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대학들은 이러한 산업과 맞물려 학생들에게 산학연계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조선·항공우주 관련 학과는 현장과 함께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디지털 테크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필드캠퍼스)해 학생들이 학부 시절부터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문화콘텐츠와 관광 분야에서도 현장 실습과 창업 연계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이처럼 대학은 입학의 간판보다,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역량을 기르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서 있다.

해외의 미네르바 대학이 보여주듯, 대학의 혁신은 교육 공간을 넓히고 경험의 깊이를 확장하는 데 있다. 지역 대학들도 온라인·오프라인을 아우른 수업, 해외 교류, 지역사회와 기업을 잇는 캡스톤 프로젝트, AI 융합교육 등으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실을 넘어 현장을 누비며, 로컬과 글로벌을 동시에 체험하는 글로컬 인재로 성장해 가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는 지역과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대와 혁신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자를 예고했다. 이는 지역 대학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지역 산업을 고도화하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대학이 지역과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낸다면, 동남권은 수도권에 절대 뒤지지 않는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은 결정적 기회를 제공한다. 부산·울산·경남이 광역경제권으로 묶이면, 대학과 산업의 협력은 훨씬 강력해지고, 교육·연구·고용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서는 제2의 국가 성장 축이 자리 잡는 것이다. 지역 대학이 미래 인재 양성의 허브가 되고, 첨단 전략산업이 세계적 가치사슬에 편입된다면, 동남권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심장으로 뛸 수 있다.

이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의 간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그 대학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가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학은 입학으로 끝나는 곳이 아니다. 대학에서 만나는 수업, 프로젝트, 현장 체험, 글로벌 경험이 모여 학생의 미래를 만든다. 결국, 대학은 문패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경험의 무대다. 내일부터 시작될 수시모집은 단지 문을 여는 과정일 뿐이다. 진정한 미래는 그 문 안에서 쌓아갈 경험에 달려 있다. 입시를 넘어, 대학 경험이 인생을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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