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북극항로 시대, 울산항이 차야 나라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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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북극항로 시대, 울산항이 차야 나라가 선다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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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민 정경부 기자

‘곳간이 차야 나라가 선다’는 말은 울산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산이 대문이라면 울산은 살림을 채우는 곳간이다. 대문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곳간이 비면 집안은 설 수 없다. 항만도 다르지 않다. 북극항로, 녹색해운항로 그리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전략까지 그 성패는 결국 이 곳간이 얼마나 든든히 채워지느냐에 달려 있다.

울산항의 곳간은 오래도록 정유와 가스가 드나들며 한국 경제의 피를 돌렸다. 자동차와 조선 등의 산업들은 울산항의 에너지를 먹고 자랐다. 단순한 기름창고가 아니라 국가 산업을 지탱하는 심장이었다. 이제 이 곳간은 새로운 연료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다.

LNG 저장탱크는 하나 둘 늘어나고, 수소와 암모니아를 위한 자리도 준비된다. 울산신항에서는 바다를 메워 새로운 부지를 만들고, 친환경 연료 산업의 확장이 계획돼 있다. 기름으로만 채워지던 곳간이 이제는 미래 에너지를 담기 위한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울산항은 단순히 시설 확충 보다 산업 수요를 보유했다는 점이 결정적 강점이다. 다른 항만이 항로 이용 선박만 바라본다면, 울산은 정유·화학·발전 산업에서 매일같이 연료가 소비된다. 새로운 연료를 담아도 투자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의미다.

연료 공급망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움직임인 녹색해운항로 흐름도 더해지고 있다.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간을 갖춘 항만은 많지 않다.

북극항로 전략은 얼음을 깨는 길을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열린 길 끝에서 선박에 무엇을 채워줄 수 있느냐가 전략의 성패를 가른다. 그 살림은 바로 울산의 곳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대문이 아무리 커도 곳간이 비면 집은 무너진다. 반대로 곳간이 차면 집은 버틴다.

문제는 이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전략으로 엮느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울산을 국제 친환경 연료의 전진기지로 확정하는 정부, 지자체, 울산항만공사의 정책적 결단이다. 각각의 조각은 이미 놓였다. 이를 하나로 꿰어 울산항을 친환경 벙커링의 세계적 거점, 북극항로·녹색해운항로의 전진기지로 확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울산항의 미래는 단순한 산업항이 아니다. 오일과 가스, 수소와 암모니아, 바람까지 담아내는 올인원 에너지 허브다. 곳간이 차야 나라가 선다. 울산항의 곳간이 차야 북극항로도, 녹색해운항로도 선다. 오상민 정경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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