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다.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수소경제, 2차전지, 분산에너지, AI데이터센터까지 새로운 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방식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전력망은 단순히 전기를 흘려보내는 통로가 아니라 지능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복합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전통적으로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라는 3대 산업으로 성장해온 울산은 이제 2차전지 특화단지, 수소산업 거점, 분산에너지 특구 최종 후보지로 지정되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기반 시설과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산업 환경을 갖추어도 이를 움직일 사람이 없다면 도약은 불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즉시 투입 가능한 전기·에너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운영 인력만 매년 200~300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ESS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약 3000명의 신규 인력이 요구된다. 조선과 화학 플랜트 역시 설비 자동화와 친환경 전환에 따라 전기·제어 기술자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커리큘럼은 여전히 전통적인 ‘전기이론-회로-제어’에 머물러 있으며, 스마트 전력망 제어, 2차전지 관리 시스템(BMS), 데이터 기반 전력 운영 같은 최신 역량은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AI산업수도’를 꿈꾸는 울산시는 교육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력 인재 양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울산 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생존 과제’다.
교육과정은 산업 현장 맞춤형으로 재편돼야 한다. 단순 배선이나 기초 회로 실습을 넘어서, 태양광-ESS 연계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추진 선박 배터리 관리, 데이터센터 전력 모니터링 같은 실습을 통해 실제 산업 환경이 교육에 반영할 때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미리 체계적으로 익혀야 한다.
울산폴리텍대학 전기과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과정을 개편해 기존 ‘전기제어’ 중심 교육을 넘어, 스마트전력과 AI전력시스템 분야로 확장해 분산전원 운영, 2차전지 관리, 전력 데이터 분석 등 신산업 핵심 기술을 교과목에 반영하고자 한다. 이는 울산시의 AI데이터센터 건립, RE100 산업단지 조성,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수소산업 메가스테이션 구축, 분산에너지 특구 최종 후보지 확정 등 지역 차원의 산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친환경 전환을 요구받는 조선·자동차 산업, 에너지 저장과 제어가 핵심인 2차전지와 수소산업 분야는 모두 새로운 전력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맞춰 전기과는 지역 산업체와 협력해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해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현장 투입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곧 대학 교육이 산업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울산형 인재 양성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시민의 삶과도 직결된다. 에너지 전환이 지연되면 전기요금 불안, 정전 위험, 생활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반대로 울산이 앞서 인재를 길러낸다면, 기업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고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는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가 공급된다. 이는 곧 울산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움직일 ‘사람’, 곧 전문 인재의 문제다. 울산은 이미 산업과 정책 기반을 갖추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이끌어갈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과 기업이 함께 협력해 울산형 전력 인재 양성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답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곧 전력 인재다. 울산의 미래를 지키고 바꿀 힘,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백승명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전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