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건축문화제 릴레이 기고(4·끝)]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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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건축문화제 릴레이 기고(4·끝)]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울산
  • 경상일보
  • 승인 2025.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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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서영 수평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우리는 정말로 ‘울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매일 매일 살고 있으면서도 내가 살고 있는 터, 울산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 살고 있다보니 특이한 것을 깨닫기 쉽지 않다.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우리 집, 우리 동네, 그리고 늘 곁에 있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태화강이, 울산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장면들이 사실은 울산을 울산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풍경들을 다시 바라보고, 더 많은 이들이 한번 더 찾아올 수 있는 울산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울산은 산업도시라는 강한 이미지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처럼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울산은 ‘속도’와 ‘효율’의 이름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 속도만큼 우리의 일상적 풍경은 쉽게 간과되었고, 정작 울산다움을 설명하려 할 때는 막연해지곤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만들어지고, 도심 곳곳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우리가 울산의 얼굴을 떠올리면 여전히 굴뚝과 공장 불빛 같은 산업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이것은 울산의 중요한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울산을 다채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로막는 그림자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울산의 풍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태화강을 따라 흐르는 생태의 결, 도심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드문 지형, 그리고 오래된 동네 골목까지. 이 모든 것 울산을 이루는 색채들이다.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상 속 장면들이 모여 울산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이 될 수 있다. 결국 일상 속 풍경 하나하나가 모여 다시 미래를 그리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울산의 색’을 만드는 힘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짓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기억을 어떻게 담아내고, 또 어떻게 미래로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축재료, 배치된 공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활동들은 모두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 따라서 건축사의 역할도 단순히 건물을 설계하는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 도시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건축사는 도시의 ‘파티플래너’와 같은 존재다. 파티플래너는 화려한 장식을 더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즐길 수 있도록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건축사 역시 도시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올해로 벌써 9회를 맞이하는 건축문화제는 바로 그러한 고민을 담아낸 자리다. 건축사로서, 또 울산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울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묻고자 한다. 마치 글자로 가득한 책 속에서 한 줄 형관펜을 긋듯, 이번 문화제를 통해 울산 풍경 속에 남겨진 작은 흔적이 우리의 기억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누군가 울산을 그저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 한 줄 덕분에 다시 그 페이지를 되짚어 보는 순간이 생길 것이다. 이벤트라고 해서 반드시 거창하고 특별할 필요는 없다. 이벤트는 해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오래도록 달콤한 기억으로 남는다. 작은 공간이라도 진심을 담는다면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골목길의 변화가, 또 누군가에게는 도심 속 쉼터, 정원 속 벤치가 울산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번 제9회 건축문화제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모아내고 싶었다. 건축사들의 다양한 시선과 고민을 담아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울산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드는 힘’이다. 울산은 앞으로 더 성장할 도시이고, 그 성장은 화려한 건물 몇 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삶이 반짝이는 순간들이 모여 울산의 미래를 그려간다. 이번 건축문화제가 바로 그 여정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 울산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서영 수평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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