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종합에너지 물류 터미널을 중심으로 에너지 물류 항로의 최적지로 울산항이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가 우리 자원안보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의 현황과 전망, 에너지산업 파급효과를 짚고 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언주·문대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신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동 주관했으며 해양수산부가 후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며 부울경 해양수도 육성과 세계적 항만운영회사 육성, 순환철도망 구축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는 “북극항로와 에너지 개발은 지정학·기후변화·시장 역학이 교차하는 복합 구도”라며 정부에 △조선·LNG·항만 인프라 패키지 수출과 △남동부권 에너지 허브 도약 △다자주의를 통한 북극 관련 국제규범 및 협력 선도 등 전략을 제언했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가 일반화물보다 에너지 물류 항로로써 경제성이 크다는 점과 함께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추진 중인 울산 남신항이 그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울산 남신항은 현재 석유공사가 울산항만공사, 지역 기업들과 함께 종합에너지 물류 터미널 개발을 추진 중인 핵심 부지다. 원유·석유제품 중심의 기존 기능을 넘어 수소·암모니아·탄소포집저장(CCS) 등 신에너지 물류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이다.
남신항은 종합에너지 물류 터미널과 맞물려 북극항로의 최적 거점으로 활용 가능하며, 단순한 항만 개발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국가 물류 전략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김일태 한국석유공사 에너지인프라사업처장은 “일반화물 물류 항로보다 ‘에너지 물류 항로’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석유공사가 종합에너지 물류 터미널로 개발 추진중인 울산 남항 또한 북극항로의 최적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신항 종합에너지 물류 터미널 사업은 당초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지만, 예산 문제와 저탄소 에너지 수요 부진 등으로 추진이 지연된 상태다. 컨소시엄 구성 및 재원 확보가 난관에 부딪혀 뚜렷한 진척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연된 남신항 사업의 조속한 재개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북극항로 개척은 울산만이 아니라 부산·경남을 비롯해 전남 여수·광양까지 포괄하는 남부권 전체를 새로운 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도약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항만 개발을 넘어 남부권을 ‘제2수도권’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 과제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북극항로를 오갈 선박이 암모니아·수소·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 사용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울산 남신항은 신에너지 공급 인프라와 연계한 최적의 공급 거점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 항만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안과 기후변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에너지 물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울산이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신항 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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