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 자료는 대한민국 인구 구조의 불균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국의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흐름이 고착화했고, 중장년층은 수도권을 떠나 충청·세종·강원 등 중부권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인구 이동의 방향 속에서 울산은 가장 뚜렷한 소외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층도, 중장년도 붙잡지 못하는 인구유출 도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울산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19~34세 청년층은 약 4만9000명에 달한다. 연평균 2400명이 학업이나 직장을 이유로 울산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떠난 셈이다. 지역에서 교육을 받고도 정작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학과 취업, 문화·생활 인프라에서 울산은 수도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젊은 인재들이 머물 유인적 요소가 부재한 도시의 현실이 이 수치 속에 담겨 있다.
영남권 전체로 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년간 영남권은 수도권으로 인구 순유출이 지속됐다. 청년층은 매년 2만~4만명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중장년층은 수도권 순유출과 순유입을 반복하다가 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 소폭 순유입하는 역풍이 불었다. 울산 역시 이 시기 수도권으로의 중장년층 순이동은 ‘미미’했다. 청년층의 탈울산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나마 중장년층의 유출이 멈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울산의 정주 여건이 중장년층 이탈을 막을 만큼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년층의 유출은 노동력 기반의 약화를 불러오고, 중장년층의 유입 실패는 복지 수요를 떠받칠 재정 기반을 흔든다.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는 교육·의료·교통 등 사회 인프라가 취약해지고, 이는 다시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산업도시라는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인구를 유지할 수 없다. 청년층이 정착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안정, 문화·교육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동시에 중장년층이 ‘노후에 살고 싶은 도시’로 여길 수 있도록 의료·복지 서비스 강화, 자연 친화적 도시 조성, 공동체 기반의 삶의 질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
인구는 곧 도시의 힘이자 미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방위적 정주 여건 개선과 도시 전략의 근본적 재정비다. 청년도, 중장년도 떠나지 않는 울산, 다시 돌아오고 싶은 울산을 만드는 결단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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