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련-낙동강청, 정족산 무제치늪 관리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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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련-낙동강청, 정족산 무제치늪 관리 놓고 대립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9.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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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울산 울주군 정족산 무제치늪 제1늪에 설치된 인공 수로형 구조물.
▲ 17일 울산 울주군 정족산 무제치늪에 생성된 이탄층 위에 피어난 자주땅귀개의 모습.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울산 정족산 무제치늪 관리 방안을 둘러싸고 울산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견을 보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환경연합은 무제치늪 제1늪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부실한 관리로 습지 황폐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낙동강청은 5년 단위 습지보전계획에 따른 수원 확보 방안이라고 반박한다.

17일 낙동강청에 따르면, 무제치늪은 울산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 경계 정족산 일대에 자리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산지습지다. 약 6000년~1만년 전 형성된 이곳은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와 다양한 생태계를 품고 있어 지난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07년에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뜻하는 람사르 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면적은 0.184㎢로, 두개의 늪으로 나뉘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말 ‘습지보호지역 보전 및 이용시설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제1늪에 설치된 목재 수로형 구조물이다.

환경연합은 이 시설이 습지의 핵심 생태 기반인 이탄층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탄층은 수천년간 쌓인 습지의 수분 저장고인데, 인공 수로로 인해 물을 머금지 못하는 등 제 기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자주땅귀개 같은 습지 식물이 감소하고, 육지 식물인 나무들이 자라는 등 습지가 육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남 동물분류 및 생태학 이학박사이자 (사)한국습지환경보존연합 교육국장은 “무심코 밟은 발자국으로 이탄층에 생긴 1~2㎝의 흔적이 복구되는 데 100~200년이 걸린다”며 “관람객 접근 차단과 습지 내 나무 제거, 인공 구조물 철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낙동강청은 시설 필요성을 강조한다. 낙동강청은 지난해 말 설치한 인공구조물은, 당초 무제치늪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자마자 설치된 구조물을 재설치·재정비한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본래 설치돼 있던 구조물이 세월이 지나며 목재 특성상 썩고, 진흙 등에 덮이며 제 역할을 못해 이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습지의 육지화는 이상기후로 인해 수원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이라며 “인공 구조물은 자연생태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습지보전계획에 따라 습지 내 수원 확보의 방편으로 재설치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습지 내 나무 제거나 관광객 차단 역시 전문가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하며, 습지 탐방로가 정족산 산책로에 포함돼 있기에 출입 통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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