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지금 대중교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이른바 수소트램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시민 이동 편의와 친환경 교통수단 확충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혁신적인 교통수단의 도입이라는 빛이 있는 만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그림자도 존재한다. 바로 교통 혼잡 문제다.
이미 여러 지역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트램 공사가 시작되면 문수로와 삼산로는 장기간의 공사와 도로 폭 축소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문수로는 울산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관문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삼산로와 다르게 교통흐름을 분산 시켜줄 이면 간선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문수로 주변으로 학원가·병원·상가가 밀집해 있어 교통 수요가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미 지금도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만성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구간에 트램이 도입되면 출퇴근 시간대 문수로의 교통량은 포화 상태를 넘어 사실상 ‘정체 마비’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용역 결과에서도 나온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시민 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울산시는 트램 설치를 계획하면서 불가피하게 차로 수와 차선폭을 줄이고, 일부 구간은 인도 폭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더욱이 유턴과 좌회전 제한도 뒤따르면, 그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 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공사 이후 문수로 주요 구간의 V/C(용량 대비 교통량) 지수는 0.9 이상으로 치솟아 상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교통 혼잡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구체적이다. 현재도 옥동 학원가 일대는 오후 4시 이후 차량으로 붐비며, 학부모 차량과 버스가 뒤엉켜 안전사고 위험도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램 공사 차량까지 가세한다면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다. 병원 진료와 응급차량 이동, 상권 접근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시민들 사이에서 “아이들 등하교가 걱정된다” “병원 응급차가 제때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바로 문수로 우회도로의 선제적 개설이다. 교통량을 분산할 새로운 도로망 확보 없이 트램 공사로 인한 정체를 흡수하기는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신호체계 개선, 임시 우회로 안내 같은 미봉책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우회도로 확보에 있다. 문수로는 삼산로와 함께 남구의 중심축이자 울산 교통의 대동맥이다. 이곳이 막히면 주변 도로와 연결도로까지 연쇄 정체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히 ‘시간 낭비’의 문제가 아니다. 물류 지연, 상권 침체, 시민 안전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문수로의 우회도로 개설은 차량 흐름 원활화를 위한 편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민 안전을 지키고, 대중교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아무리 첨단 교통수단을 만드는 일이라 하더라도, 완공까지 수년 간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를 유발하고, 이를 사전에 해소하지 않는다면 본래의 취지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주민들은 이미 여러 차례 도시 기반 시설 확충 과정에서 ‘사전 대비 부족’으로 인한 후유증을 경험해 왔다. 이번 만큼은 달라야 한다. 도시철도라는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민 불편 최소화와 신뢰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문수로 우회도로의 시급한 개설이다.
울산시는 2022년부터 수차례 문수로 우회도로 개설과 관련해 타당성 조사도 진행했었고, 정부의 제5차 대도시권 혼잡도로 개선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밝혀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2028년까지 트램 1호선 설치라는 사업이 없었던 상황이라 어쩌면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결국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공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교통 혼잡을 흡수할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문수로의 교통 정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트램 공사 전 문수로의 우회도로 개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이지현 울산 남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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