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명을 지키는 민관 협력 ‘울산 닥터카’
상태바
[사설]생명을 지키는 민관 협력 ‘울산 닥터카’
  • 경상일보
  • 승인 2025.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10만3089명의 외상환자를 치료했고, 이 중 중증 외상환자도 5000명에 육박한다.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외상 생존지수(W-Score) 2.63, 예측 사망 대비 실제 사망률을 뜻하는 O:E 비율 0.63을 기록하며 전국 최고 성적을 냈다. 이는 의료진의 헌신만이 아니라 응급의료 체계의 혁신이 뒷받침한 결과다.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2016년 말 전국 최초로 도입한 닥터카는 지난해 울산소방본부와 결합해 ‘닥터119’로 진화했다. 구급대와 의료진이 동시에 출동하고 현장과 병원이 실시간 연결되는 이 시스템은 울산 응급의료 성과의 핵심 동력이 됐다.

닥터카의 존재는 각별하다. 교통사고와 산업재해가 빈번한 울산에서 의료진이 사고 현장에 출동해 초기 처치를 시행하는 구조는 ‘도로 위 응급실’이라 불릴 만하다. 병원 도착 전부터 치료가 시작되며 골든타임이 단축되고, 수많은 환자가 생존 기회를 얻었다. 구급대원의 사전 연락률이 95%에 달하고, 응급실 뺑뺑이 해소에도 기여하는 등 울산은 응급의료의 공공성과 기동성을 동시에 입증해왔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취약하다. 울산대병원은 처음엔 외부지원 없이 정부의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받은 상금으로 닥터카를 시범운영했다. 그러나 응급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역할에도 예산부족으로 2년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다행히 S-OIL의 후원으로 2019년 5월 닥터카 운영은 재개했다. 매년 1억원씩 7년간 이어온 S-OIL의 후원금은 기업 사회공헌의 성공 사례이자 지역 생명 안전망을 떠받치는 힘이다. 울산시도 연 2000만원을 더해 제도적 틀을 보완했지만, 기업의 지원이 끊기면 체계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는 근본적 한계다.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가 사회공헌에 기대어 유지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닥터카는 닥터헬기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고, 도심·산업 현장 접근성이 높으며, 기상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는 장점을 지닌다. 이미 울산에서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했으나 국가 차원의 제도화와 지원이 없다면 지역적 특수성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울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지난 10년은 응급의료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민간 후원에 의존하는 불안정성도 드러냈다. 이제 닥터119 모델을 국가적 표준으로 제도화해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울산이 보여준 닥터119 모델은 곧 국가의 책임으로 확장돼야 한다. 응급의료는 공공의 책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초가을 밤하늘 빛으로 물들였다
  • 한국드론문화협동조합 양산서 공식 출범
  •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추진
  • 물과 빛의 향연…‘남창천 물빛축제’ 6일 개막
  • 퇴직했는데…2019년 월급이 또 들어왔어요
  • 수소도시 울산, 2028년까지 295억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