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불합리한 법은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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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불합리한 법은 개정을
  • 경상일보
  • 승인 202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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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몇 달 전부터 울산시의회는 뒤숭숭했다. 의사당 본회의장 의원석은 쥐가 파먹은 듯 빈자리가 듬성듬성했다. 필자도 당시 현직 의원이었을 때라 본회장에 들어서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후반기 의장을 맡고 있던 의원이 구청장 출마를 위해 의장직을 던졌다. 남은 임기가 많지 않아 울산시의회는 의장을 새로 선출하지 않고 직무대리체제로 전환해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작지 않은 혼란과 혼선은 불가피했다. 전반기 의장도 같은 이유로 후반기 의장보다 한달 여 앞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뒤이어 한 시 의원은 구청장, 또 다른 의원도 구청장을 위해 의원직을 조기에 사임했다. 다른 의원은 시의원에서 구의원으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 줄사퇴에 동참했다. 5명의 시의원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선거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놨다. 다행스럽게도 의결 정족수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상임위원회는 물론 본회의도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2018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장이 단체장 출마를 위해 사퇴해 직무대리체제는 또 한 번 가동됐다.

울산시의회는 지방선거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런 사퇴행렬은 광역의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울산만의 사례도 아니다. 전국이 동일하다. 광역 및 기초의원이 기초 및 광역단체의 장이나 체급이 다른 기초 및 광역의회에 도전하려면 사직해야 하는 현행 법률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의정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주민들의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주민이 뽑은 대표가 불합리한 법률로 인해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방의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 내 선거에 한해 직을 유지한 채 입후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할 경우, 예비후보자 등록 시점 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문제는 동일 지역 내에서도 직책(체급)에 따라 입후보 요건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같은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할 경우에도 서로 다른 사직 요건이 적용됨으로써 형평성 결여와 행정적 혼선이 초래되는 문제가 생긴다. 가령, 울주군 광역의원이 울주군수에 출마하려면 시의원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울주군 기초의원은 사직하지 않고도 울주군수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오래전부터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선거 직전에 반짝 핫이슈가 됐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길 반복했다. 최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정기회를 통해 불합리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문제는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불합리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차별 요소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일치를 봤다는 의미이다.

의장협의회는 ‘의정공백 방지를 위한 지방의원 사직기한 차별해소 촉구 건의문’을 통해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어 한다”며 “지방자치의 질적 발전과 주민의 정치 참여 확대의 필수 요건”이라고 현행 공직선거법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비후보자 등록 시점에 조기 사직을 강제함으로써 지방의회의원들은 선거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의정 공백이 발생하고 지역 주민의 대표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의정활동의 연속성과 주민 대표성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는 등 지방자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국회와 중앙 정부가 관련 법령 개정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국어사전은 불합리(不合理)에 대해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하지 아니함이라고 정의했다. 불합리를 없애는 것이 쇄신이고, 변화이며, 개혁이다. 기약 없는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 불합리를 개선할 적기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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