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치매증세가 심해져서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딸, 병세는 자꾸 깊어지시는데 요양병원에 모시기에 죄책감이 든다는 며느리, 입원을 극구 거부하셔서 집에 모시며 간병비만 수백만원 지출한다는 아들, 급기야 간병이 너무 힘들어 환자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연까지…. 다들 건강하게 살다 가셨으면 좋겠지만 뜻대로 안 되는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모두 곧 마주하게 될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돌봄이나 요양, 의료가 필요한 75세 이상 고령인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울산도 2030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4%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돌봄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기존 시설 중심의 돌봄 체계만으로는 이러한 방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고, 제도적 기반은 부족해 돌봄 공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특히 노인 간병 문제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 위험 또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역사회의 대응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6년 3월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은 누구나, 살던 곳에서 필요한 돌봄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했다. 기존에는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가 분리돼 있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돌봄통합사업은 보건의료·요양·복지서비스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서비스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포괄적인 돌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를 포괄하고, 지역사회 내 다양한 의료·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을 연계해 사례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요컨대 개인이 부담해 왔던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사회적 제도를 통해 함께 나누고, 모든 국민이 존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울산형 통합돌봄’도 고립된 노인, 돌봄 공백에 놓인 장애인,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청년층, 마음의 위기를 겪는 중장년, 사회적 연결망이 약한 시민 등 복잡하고 다양한 돌봄 수요를 포괄하고 촘촘한 돌봄망을 형성하는 게 그 핵심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복지정책의 지속성과 현장성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의정활동을 해왔다. 24시간 아이돌봄, 조부모 손주돌봄, 자활사업과 연계한 간병지원, 1인 가구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복지종사 처우문제 등 다양한 사회 복지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행정 결정이 아닌 현장 중심의 조율을 촉구하며 수많은 간담회와 질의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제도 설계 이전에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원칙이 있었다. 행정은 결국 시민을 돌보는 일이며, 그중에서도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민을 위해 효율적인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통합돌봄은 공공만의 사업이 될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 오랜 시간 돌봄의 공백을 함께해 온 민간단체, 사회복지기관, 시민조직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이다. 시행 준비 단계부터 모두가 함께하며 실질적인 의견 반영과 실행력 있는 공동운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돌봄은 단순히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기본적인 권리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돌봄 통합지원법에 잘 대비해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서로 돌봄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고, 시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울산형 통합돌봄’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해 울산시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