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도시의 얼굴을 가꾸는 힘, 울산 건축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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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도시의 얼굴을 가꾸는 힘, 울산 건축문화
  • 경상일보
  • 승인 2025.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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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좋은 디자인의 개성 있는 주택이나 도시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은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최근 특색 있는 주택, 도시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건축물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방송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통해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경험한 시민들은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건축은 도시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시민의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문화적 토대다. 매일 걷는 거리가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때, 시민들은 도시에 대한 애착을 느끼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을 체감한다. 결국 건축문화는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주요 요소이다. 오래된 건축물에서 시간의 깊이를 읽고, 새로운 건축물에서 미래의 비전을 발견하며, 도시는 점차 정체성을 쌓아간다.

지난주 울산에서 열린 ‘건축문화제’는 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건축문화의 가치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러나 울산의 건축문화가 아직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건축을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자 공동체적 문화로 보지 않고,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나 부동산 가치로만 취급해 온 시각 때문이다. 산업수도 울산은 경제적 성취를 이뤘으나,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도시공간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 역사와 경관을 무시한 개발, 가로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 설계가 도시의 품격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울산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형성하지 못했고, 계승할 만한 건축문화의 자산도 충분히 남기지 못했다. 이제는 개별 건물의 미학을 넘어, 도시 정체성을 담아내는 ‘건축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축은 한 시대의 기술과 예술, 사회적 가치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건축가, 시민, 행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먼저 건축가는 사회적 책임을 지닌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건축주의 요구에만 머물지 않고, 건축물이 들어설 장소의 역사와 맥락,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도시의 공공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제안하고, 시민과 소통하며 좋은 건축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 또한 도시 공간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의 모습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건축문화제 같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공건축 설계 과정에도 의견을 내야 한다. 좋은 건축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고, 우리 동네의 건축유산을 아끼고 지켜나가는 것도 시민의 중요한 몫이다. 행정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정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도시 정체성을 담은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창의적 디자인이 존중받도록 설계공모를 활성화하고, 공공건축가 제도를 내실화하여 전문가의 역량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도시의 건축물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품격을 좌우하는 얼굴이다. 건축 규제는 제한이 아니라 질서를 세우는 약속이며, 시민사회가 공감할 때 그 힘이 발휘된다. 건축문화가 정착된 도시는 규제를 통해 무질서를 막고 일관성을 확보한다. 건축물 외관이나 높이가 조화롭고 도시경관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는 그만큼 많은 건축규제로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규제는 창의를 억누르는 장벽이 아니라, 도시의 질서를 세우고 품격을 높이는 지침이 된다. 울산이 진정으로 세계 속에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산업의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축을 통해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그리고, 건축문화를 꽃피워 지속가능한 울산도시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이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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