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핵심제도이다.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질병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장치이며,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회보장제도로.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의료비 부담 완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불법 행위, 특히 ‘사무장 병원’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차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구조를 말한다. 표면적으로 합법적 의료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영리를 추구하는 브로커 조직이 운영을 좌지우지 하며, 과잉진료·허위청구로 인해 보험재정 누수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실제 통계를 보자.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3000여 개소에 이른다. 이들이 불법으로 청구한 진료비는 약 4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환수율은 7% 내외에 불과하다. 즉, 막대한 재정 손실이 매년 반복되는 데도 정작 불법수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행 수사체계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왜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 필요한가? 현재 사무장병원 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은 보건의료 전문 수사 인력이 부족하고, 수사의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법과 보험급여 체계는 복잡하고 방대하여 일반 수사기관이 단기간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또한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사건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에서 최장 4년 5개월이 소요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은 매일 진료비 청구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부당청구 패턴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범죄를 차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무장병원 근절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공단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받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입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법안에서 우려하고 있는 권한 남용에 대한 불안은 특별사법경찰 활동범위를 사무장병원에 한정하고 수사 시에 검찰과 법원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하는 등 입법 설계에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둘째, 공단 내부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수사 전문 교육, ICI 기반 데이터 분석 강화로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수사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단에서 준비를 해 왔고 수사권이 부여되면 신속하게 조직을 개편할 수 있을 정도로 면밀히 준비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무장병원 근절은 곧 나의 소중한 보험료를 지키는 일’ 이라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무장병원 문제는 단순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범죄다.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한 권한 확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이 낸 보험료가 정직하게 쓰인다는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단순히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공정한 운영과 홍보 및 소통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보험료와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패이며, 재정 누수를 막아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사회보험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도를 잠식하는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그 성과도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사무장병원 없는 건강보험’을 위해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필요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최미옥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남부지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