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이 다시 한 번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력해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총 7조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2029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03㎿ 규모의 GPU 기반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울산시는 이를 계기로 울산을 ‘산업수도’에 이어 ‘AI수도’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선포했다.
이 사업은 크게 네 가지 기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AI 생태계와 달리, 울산은 제조업 기반의 AI 특화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성이 크다. 둘째,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에 자율 제조, 예지보전, 디지털 트윈 등을 접목해 울산형 스마트 제조 혁신을 이끌 수 있다. 셋째, 초중고 교육부터 대학·산업현장까지 아우르는 AI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을 통해 디지털 전환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넷째, 데이터센터 건립과 운영 과정에서 직접·간접 고용을 통해 수천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대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울산은 ‘제조업 특화 AI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판교·서울과 단순 경쟁하기보다 조선·자동차·에너지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선도해야 한다. 또한 AI 규제 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데이터 활용과 기술 실증을 촉진하고, UNIST·울산대와 연계한 산학협력 교육 허브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유치다. 울산이 AI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활용한 혁신 기업들이 울산에 뿌리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울산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클라우드 인프라 지원이다.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센터 자원을 활용해 스타트업에 전용 클라우드 크레딧을 제공한다면, 창업 초기 기업은 막대한 서버 비용 부담을 덜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 인프라 접근성이야말로 스타트업이 울산을 찾게 만드는 핵심 매력이다.
둘째,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유치다. AWS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연계해 해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울산에 도입한다면, 울산은 단순한 지역 거점을 넘어 아시아 AI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해외 기업과의 교류는 울산 기업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셋째, 산업단지 내 테스트베드 제공이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주력 산업 현장에서 AI 솔루션을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실증 환경을 마련한다면, 스타트업에게는 살아 있는 현장이 연구실이 되고, 대기업에게는 혁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기회가 된다.
넷째, 세제·금융 인센티브다. 울산에 본사를 두는 AI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투자펀드와 연계한 자금 지원을 확대한다면 기업들은 울산을 ‘비용 부담이 적고 기회가 많은 도시’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창업 생태계 강화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대학, 연구소와 연계한 창업 보육 및 멘토링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면, 기업은 단순히 울산에 둥지를 트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토양을 얻게 된다. 이는 단순한 유치가 아니라, 기업이 울산에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환경 부담을 고려해 재생에너지·수소 기반 전력 공급을 결합함으로써 ‘그린 AI 도시’라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울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울산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도시다.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고 미래 산업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립과 함께 제조업 특화 AI 전략, 벤처기업 유치, 인재 양성, 친환경 AI 도시 모델을 적극 추진한다면, 울산은 산업수도를 넘어 AI수도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길상 울산대학교 경영경제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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