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2023년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암, 심혈관질환, 폐렴, 뇌혈관질환의 순이었다. 암과 심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의 40.5%를 차지하고 있다. 즉, 암과 심뇌혈관질환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발암요인으로 암발생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큰 것은 흡연으로 25%에 달해, 음주 및 비만도 10% 정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흡연은 사람에서 폐암에 그치지 않고, 구강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을 비롯한 소화기계암 뿐만 아니라 후두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신장암, 방광암, 백혈병 등 다양한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인됐다. 알코올 섭취는 사람에서 구강암, 침샘암, 인두암, 식도암, 후두암, 대장암, 직장암, 간암 등 소화기계암 뿐만 아니라, 유방암 등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므로, 금연, 절주, 운동, 건강한 식단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암발생을 상당부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발병위험요인과 발병기전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신체활동 부족, 과도한 음주, 불건강한 식단, 흡연, 수면부족 등의 발병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빠르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이 되며,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이 된 사람들의 온몸 혈관은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혈관 내막 손상과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증, 뇌졸중)뿐 아니라 혈관성 치매, 만성신장질환 등이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위험요인이 여러 가지 중복돼 있을수록 발병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뇌혈관질환은 나쁜 생활습관 요인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것만 개선해도 80% 이상 예방 가능하다.
다음은 생활습관 개선의 목표다. 첫째 신체활동(운동)은 주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꾸준히 한다. 둘째 식사는 다양한 자연식품으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규칙적으로 먹는다. 셋째 술은 아예 안 마시거나 횟수와 양을 줄인다. 넷째 담배는 끊거나 흡연량을 줄인다. 다섯째 잠은 다음 날 졸리지 않을 정도로 잔다.
중요한 것은, 좋은 생활습관을 몇 달이나 몇 년만 실천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유지해 가는 것이다. 무리하게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다 보면 평생 유지해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선, 각자가 자기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 언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등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실천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2025년 O월O일)부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 오르기를 한다’ ‘나는 2025년 O월O일 부터 금연계획을 주변에 알리고 담배와 재떨이를 내 주변에서 치워버린다’ 등과 같이 자기가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직접 작성하고,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심뇌혈관질환이 있어 의사에게서 약을 처방받은 사람은 의사의 지시대로 규칙적인 약물복용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혈압과 혈당 등의 수치를 적정 수치로 조절하는 것이 질환관리의 목표이므로, 약물을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단은 해야 한다. 단, 약물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생활습관 개선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을 달성하고 그것이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리잡게 되면 복용 약물 용량을 줄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심뇌혈관질환을 관리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암이나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만성퇴행성질환은 30대때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40대 이후라도 검진결과 혈압이나 혈당이 높다고 진단된 그 시점부터 약물 복용과 함께 생활습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리잡게 한다면 일생에 걸쳐서 심근경색, 뇌졸중이나 혈관성 치매 따위는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