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면적 관세 부과 발표와 시행 시점마다 수출 물동량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내 대표 수출전진기지인 울산항 역시 컨테이너와 수출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통상 충격의 파급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특히 올들어 8월까지 울산항은 물동량 2억t 달성에 실패한 전년도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강력한 포트세일즈를 바탕으로 한 저변 확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 관세 정책 이후 세계 수출 물동량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발표 직후 세계 수출 물동량은 평소보다 25.9% 급증했지만, 시행 직후에는 20.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 재고 출하가 몰리고, 실제 시행 이후에는 수입 수요가 급감하는 전형적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세 발표와 시행 간격이 길어야 한달 남짓에 불과해 기업들이 생산과 선적을 조정하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재고를 단기 출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올 3월까지 미국의 대세계 수입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4월 보편관세(10%)가 시행되면서 증가율은 2% 미만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은 발표 직후 미국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가 시행 이후 곧바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세계 수출 물동량은 미국 외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며 교역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트럼프 관세 정책은 발표와 시행 간격이 짧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발표 후 재고 출하가 급증했다가 시행 직후 수입이 급감하는 불안정한 사이클이 반복될 경우 울산 수출기업들은 선제적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임·환율 등 리스크가 겹치면 기업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울산항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액체화물 중심의 총 물동량은 일정 부분 버티고 있다.
울산항은 올해 들어 △1월 1551만5150t △2월 1581만1628t △3월 1703만2152t △4월 1603만7673t △5월 1714만9128t △6월 1740만5907t △7월 1622만2667t △8월 1773만1174t의 화물을 처리했다.
단순 계산 시 현재 추세대로라면 1억9900만t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월평균 1677만t을 유지할 경우 2억t 달성이 가능하지만, 하반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수입이 늘어난 반면 수출은 줄어 드는 ‘수입 강세·수출 부진’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이 지역 항만 실적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컨테이너와 환적 기능이 약화되면 지역 기업들이 부산항 등 외항으로 우회해야 해 물류비와 시간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울산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세계 수출이 미국을 벗어나 다변화되고 있다. 울산항도 이를 흡수하지 못한다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교역 재편 국면에서 울산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