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석유화학산업, 지금이 산업 재편의 결정적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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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석유화학산업, 지금이 산업 재편의 결정적 시기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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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이 급격한 글로벌 변화와 구조적 공급 과잉 속에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2024년 국내 석유화학 주요 기업들의 연간 영업 손실이 약 8784억원에 이른다. 11분기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 수출의 길도 막혔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원료로 인하여 더욱더 국내 석유화학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와 산업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생산설비 감축, 기업 간 협업 촉진, 세제 및 정책 지원 등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및 정부의 지원 원칙 등을 포함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울산석유화학산업단지를 방문해 ‘울산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산업구조개편 방향에 따라 울산지역 석유화학기업들의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을 촉구했다. 정부의 정책이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기업과 인식을 같이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유화학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단순한 경기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생존 여부가 걸린 ‘산업 재편’ 문제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울산, 여수, 대산 등 전국의 화학산업 단지별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산업의 기준이 될 수 있는 탄소세에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탄화수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은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를 사용해 왔다. 즉 수소산업에서 이야기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과 연계한 블루수소기술을 과거에서부터 사용해 온 것이다. 최근 국내의 고등기술연구원과 (주)ICEnergy는 선박 배기가스 모사가스를 활용한 극저온 탄소 포집 실증 운전을 수행했다. 극저온 기반 공정에서 선박 배출가스와 같은 저농도 운전 조건에서도 최대 94%까지의 포집효율을 달성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석유화학단지 근처에 있는 LNG 터미널의 냉열을 활용한다면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핵심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극저온 탄소 포집(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과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포집하는 데서 나아가 활용하는 신기술들도 적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고온·고압 초임계 상태의 CO●를 이용하는 차세대 친환경 발전기술로 플랜트 내 200℃ 이상의 열원이 있는 곳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류 및 반응공정의 잉여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고부가가치 합성연료(eFuel)를 만드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eFuel은 전기차·항공기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합성납사를 생산할 수 있어 석유화학산업의 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보유한 우수한 공정 인프라와 전문 인력, 그리고 산업단지의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 기존 설비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지금이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결정적 변곡점에 있다. 범정부 부처와 산학연이 힘을 모아 산업단지별 경쟁력 강화와 첨단 탄소 활용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면, 대한민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친환경산업으로 전환의 선봉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김병준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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