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월1일은 국군의 날이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의 2025년 전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우리는 5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오늘은 현대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탱크(tank, 전차)의 어원과 의미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탱크’의 어원은 포르투갈어 tanque이며, 이는 ‘저장통, 물탱크’를 뜻하는 힌두어 tanki에서 유래했다. 17세기경 영어로 유입되어 물이나 액체를 저장하는 용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일상에서 물탱크, 오일탱크 등의 표현으로 흔히 사용된다.
전차를 뜻하는 ‘탱크’의 용례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처음 등장한다. 당시 영국은 참호전의 교착 상태를 돌파할 새로운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는 기관총과 포를 장착한 장갑 차량으로 전장을 돌파하는 역할을 맡을 무기였다. 그러나 워낙 덩치가 크고 눈에 띄는 장비였기에, 독일군이나 첩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영국군은 “이 차량은 전선에 물을 보급할 물탱크(water tank)다”라고 위장했다.
초기 명칭으로는 Land Ship이나 Armoured Vehicle 등의 용어가 제안되었지만, 암호처럼 사용된 ‘water tank’라는 명칭이 줄어들어 ‘tank’로 굳어졌다.
탱크는 동사로도 의미가 확장되었다. ‘급락하다’ ‘망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주가가 하루 만에 폭락할 때 “The stock tanked overnight.”와 같이 표현한다. 영화나 제품이 실패했을 때도 tank라는 동사가 쓰인다.
이러한 비유적 의미는 무거운 전차가 절벽이나 골짜기로 추락하는 이미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경제적 혹은 감정적 낙하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아가 ‘실패하다’의 의미는 일부러 성적을 낮추는 전략적 패배 행위에도 사용된다. 스포츠에서 특정 팀이 의도적으로 져줄 때 “They’re tanking the season.”처럼 표현한다.
액체 용기를 뜻하던 단어가 군사 무기로 의미가 확장되고, 다시 은유적 표현으로 일상어에까지 스며드는 사례는 언어의 끊임없는 변화를 잘 보여준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