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수도 울산의 도약과 울산형 데이터 안전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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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수도 울산의 도약과 울산형 데이터 안전 생태계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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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국적인 정부 디지털 서비스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주민등록시스템, 정부24, 우체국 금융 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가 중단되었고, 국가 행정망의 핵심이 단 한 번의 사고로 마비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8월 말 울산시는 최근 미포국가산업단지에서 ‘AI 데이터센터 기공식 및 AI 수도 선포식’을 개최하고 대한민국 인공지능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산업수도 울산이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며 ‘AI 수도’를 표방한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울산형 데이터 안전 생태계의 구축이다.

데이터 안전 생태계란, 데이터의 수집·저장·처리·분석·백업·복구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보호·관리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 생태계는 단순히 보안 기술을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 전체의 디지털 인프라와 산업 운영을 보호하는 시스템적 기반이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화학, 에너지 등 대규모 산업이 집중된 도시이다. 이 산업들은 이미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로봇 생산라인, IoT 설비 등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시스템 장애나 사이버 공격, 천재지변이 발생하더라도 데이터의 안전과 복구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역 산업 전체가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번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데이터센터의 존재만으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본원과 백업센터의 연계가 완전하지 않았고, 복구 시뮬레이션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이중화와 실시간 동기화 체계’의 부재가 문제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울산이 AI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서 ‘AI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 보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안전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산업혁신은 지속될 수 없다.

울산이 AI 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발전’에서 ‘안전 중심의 발전’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 우선, 지리적 분산형 백업 인프라 구축이다. 울산 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타 지역에 상호 연동 가능한 오프사이트(Off-site) 백업센터의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화재, 정전, 지진 등 물리적 재난에도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된다. 다음은 AI 기반 이상 탐지 및 복구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서버 온도, 전력 이상, 해킹 시도를 실시간 탐지하고 문제 발생 시 자동으로 백업 및 복구를 수행하는 지능형 복원 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공·산업 데이터 통합 관리 플랫폼 구축이다. 울산시,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지역 산업체, 대학,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플랫폼을 운영하여 공공데이터와 산업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표준화된 백업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지속가능형 데이터센터 확충이다. 울산의 AI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를 넘어, 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 ESG 관점의 지속가능한 데이터 인프라로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안전 문화 정착 및 인재 양성이다. 기술적 대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공공기관, 기업, 시민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백업 교육·복구 훈련을 시행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 데이터 보안·백업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전 화재 사건은 우리 사회에 ‘데이터의 안전이 곧 국가의 안전’임을 각인시켰다. 울산이 AI 수도로 도약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AI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AI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데이터 보호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울산형 데이터 안전 생태계는 기술과 사람, 행정과 산업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지리적 분산 백업, AI 복구 자동화, 친환경 인프라, 인재 양성 등 다층적 노력이 병행될 때, 울산은 진정으로 ‘안전한 AI 수도’, 즉 산업과 기술, 신뢰가 공존하는 지능형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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