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교육청은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말 다시쓰기 공모전을 열어 외국어·외래어·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줄임말을 순화해 나가고 있다.
이번 가을 공모전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순화 대상 단어는 언박싱, 레벨업, 브이로그, 스마트도서관, 입덕 등 10개다.
학생들은 이를 우리말로 바꾸는 중인데, 입덕을 ‘빠져들기 시작’ 같은 식으로 만들면 된다.
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5월15일)과 한글날(10월9일)에 맞춰 매년 5월과 10월 공모전을 이어오고 있다.
각 학교에는 온라인 참여 주소가 제공돼 학생들이 직접 접속해 응모하며, 지금까지 9차례 공모전을 통해 모두 109개 단어가 새 우리말로 정착했다.
첫회 300명 안팎이던 참가 학생은 2023년 1800여명, 올해 상반기에는 3800여명으로 급증했다.
상반기 활동에서는 ‘꿀팁’을 ‘알짜 정보’로, ‘숏폼’을 ‘한 뼘 영상’으로, ‘스포’를 ‘미리 알림’으로, ‘트라우마’를 ‘마음 멍’으로, ‘팩폭’을 ‘뼈 때리는 말’이나 ‘따끔 말’로 바꾸는 등 학생들의 창의적인 언어 감각이 돋보였다.
일본어 등 외래어 표현도 예외는 아니다.
‘오마카세’는 ‘맡김차림’으로, ‘츤데레’는 ‘은근슬쩍 챙김이’로 바뀌었고, ‘덕후’는 ‘열정 수집가’로, ‘굿즈’는 ‘따름이상품’으로 고쳐졌다.
또 ‘오픈런’은 ‘먼동 줄서기’로, ‘인싸’는 ‘인기쟁이’로, ‘프사’는 ‘소개 사진’으로, ‘팬덤’은 ‘따름 무리’로 대체됐다.
학생들이 제안한 순화어는 카드로 제작돼 배포된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학교와 공공기관에도 제공돼 공문서 작성이나 정책 명칭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9일 “학생들이 직접 우리말을 새롭게 빚어내면서 언어의 힘과 가치를 체감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만든 순화어는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언어문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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