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늙어가는 울산, 비어가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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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늙어가는 울산, 비어가는 울산
  • 경상일보
  • 승인 202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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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울산이 곧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작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섰고, 울산 역시 고령 인구 비중이 17.1%에 이르렀다.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도시 울산이 ‘늙어가는 도시’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준다.

동시에 울산에서는 청년 유출, 교육 인프라 부족, 산업 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며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은 울산의 빈집 증가 문제를 지적했다. 활용되지 못한 주거 공간과 도시의 공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로의 전환을 제안하지만, 현실화 과정은 더딘 상황이다.

언론에서 울산을 두고 ‘늙어가고, 비어간다’고 표현하는 데는 일말의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울산은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1962년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수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후 기업들의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 고착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울산에서 청년층이 빠져나가며 지역 소멸 위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문제는 노인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 청년 유출이 결합하여 도시는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이윤형 울산연구원 박사가 말했듯, 고령층에게는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과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고령 친화적 환경’이 필요하고, 동시에 청년층에게는 ‘일자리·문화·주거가 어우러진 청년 친화적 환경’이 시급하다. 두 세대의 요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춰야 울산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울산이 당면한 고령화와 청년 유출 문제는 단순히 인구구조 변화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과 생존의 문제다.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해 본다.

첫째, 청년 일자리와 창업 생태계 강화. 제조업 일변도의 산업 구조를 넘어, 디지털·AI·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대학, 연구소, 기업을 연계한 창업 지원과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해 청년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울산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주거·문화 인프라 개선. 청년층이 선호하는 도심형 주거 모델, 임대주택, 공유 주거를 확충하고, 빈집을 리모델링해 저렴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문화·예술·여가 공간을 확대해 울산을 ‘살고 싶은 도시’로 바꿔야 한다.

셋째, 고령 친화적 도시 설계. 노년층이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의료·교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권을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요양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인근에서 건강관리와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세대 통합형 정책. 청년과 노인이 단절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돌봄·교육·문화 영역에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이 노인 돌봄 활동에 참여하면 주거 지원이나 학자금 혜택을 제공하는 ‘세대 상생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세대 간의 연대는 지역 소멸 위기를 막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한때 활기찬 ‘젊은 도시’로 불렸던 울산은 지금 청년 유출과 고령화라는 이중의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늙어가는 울산을 ‘살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로 다시 세울 수 있다면, 산업도시 울산은 미래에도 지속가능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울산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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