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찾은 중구의 한 카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가게 내부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카페 입구에는 ‘커피와 빵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노스터디존’ 표시가 붙어 있다. 노트북이나 책을 펴 놓고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행위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카페 주인 A씨는 “노키즈존이나 케어키즈존처럼 카페마다 규칙은 다양하다. 우리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요즘 워낙 카페가 많아 손님들의 선택지는 넓다. 불만을 듣기도 하지만 매장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남구의 또 다른 카페 역시 ‘모임과 휴식을 위한 매장이니 1시간 이상 공부나 업무는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점주 B씨는 “노트북을 펴고 3~4시간씩 자리를 차지하거나, 책만 펼쳐둔 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는 손님도 많았다”며 “회전율이 떨어지니 매출에도 타격이 있었다. 제한을 두고 나서 매장이 한결 활기를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콘센트를 여러 개 점유하고 장시간 머무는 손님을 두고 매너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는 데스크톱 컴퓨터, 프린터, 칸막이, 멀티탭 등 부피가 큰 장비 반입을 제한하거나, 이용 시간을 정해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중구 카페를 찾은 한 40대 손님은 “공부하는 손님들 눈치 때문에 대화하기 어려웠는데, 노스터디존 덕분에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반가워했다.
반면 20대 취업준비생은 “공부 목적이 아니더라도 카페에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이 있다. 유료 이용객으로서 좌석 이용 권리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져야 하므로 완전한 제한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실제 통계도 카페가 주요 학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해 Z세대 취업준비생 1989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장소’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카페를 꼽았다. 집(16%)이나 도서관(1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로는 ‘적당한 소음이 있어 정숙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공간보다 집중이 잘 된다’ 등이 꼽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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