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졸업하면 선생님 해야 하잖아요”…자퇴 택하는 명문교대 학생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한때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꿈의 대학으로 불리던 교육대학교에서 요즘 들려오는 자조 섞인 말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대 재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교대와 경인교대에서도 각각 100명 이상이 중도 탈락했다. 교직의 위기가 이제는 교실을 넘어 교대 캠퍼스 안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교직을 외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교사로서의 보람보다 감정노동과 민원 스트레스가 더 크고 연봉이나 근무 여건을 고려하면 굳이 교사를 선택할 이유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총의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9.7%로 역대 최저였다. 교대 입시 경쟁률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일부 지역에서는 미달 사태까지 발생했다. 교직의 사회적 위상과 매력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이 위기의 본질은 단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교사가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지금 한국 교육의 위기는 교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상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에 있다. 우수한 자원은 교직을 기피하고 현직 교사들은 교단을 떠날 생각을 한다. 교직은 ‘희망의 직업’에서 ‘견디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교사를 존중하던 사회적 문화가 무너졌다. ‘군사부일체’의 전통은 사라지고 학교는 신뢰보다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사소한 일에도 민원과 고소가 이어지며 교사는 언제든 책임을 떠안을 ‘서비스 제공자’처럼 취급받는다. 존중의 붕괴는 교육의 품격을 함께 무너뜨리고 있다.
둘째, 교육의 개념이 왜곡되었다. 교육은 전인적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좋은 대학-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변했다. 그러나 교육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공공의 힘이다. 부모는 교사를 스승이 아닌 성적 향상의 도구로 여기고 교사는 교육의 주체가 아닌 입시의 조력자로 전락했다.
셋째, 끝없는 경쟁 중심의 구조가 교직의 의욕을 갉아먹고 있다. 초등부터 대학입시까지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함께 배우는 교육’은 설 자리를 잃었다. 공교육의 신뢰는 약화되고 사교육 의존은 심화되며 교사의 교육권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교직 위기 해소는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출발점이다. 행정업무와 민원에 짓눌린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주도하기보다 교사 스스로 교육 여건을 설계하고 개선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교사의 요구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학교 현장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적 장벽도 재검토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등 일부 법률이 교사에게 적용되면서 학생·학부모의 고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교실을 지배한다. 극소수 일탈 사례를 막기 위해 다수의 교사를 위축시키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은 열정과 헌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며 ‘적당히’ 하는 교육은 결국 아이들의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쟁 중심의 교육체제와 사회 구조를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학벌과 서열 중심의 사회를 완화하지 않는 한, 교사 존중 문화는 다시 세워질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을 ‘사회적 지위 획득의 수단’에서 ‘함께 성장하는 삶의 과정’으로 되돌려야 한다.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교육 대타협을 통해 교육의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교육의 둑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교대를 떠나고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현실은 단순한 인력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미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새 정부는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는 단순하지만 절박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