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확을 앞둔 울산의 벼 농가들은 마를 만하면 쏟아지는 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습한 환경에 벼를 오래 방치하면 병충해 확산 우려가 커지지만 수확 직전에는 약을 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억지로 기계를 논에 들이면 토양이 무너지고 기계가 빠질 위험이 크며 벼의 상품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
한 농민은 “맑은 날을 잡아 한꺼번에 수확하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날씨가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며 “벼를 그대로 두자니 상할까 걱정이고 수확하자니 땅이 질어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했다.
잦은 비는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운영에도 적지않은 불편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수매 기간에는 일정 물량이 꾸준히 들어와야 건조와 저장 시설 운영이 원활하지만 올해처럼 날씨 영향으로 수확이 지연되면 비가 그친 짧은 기간에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진다.
농소농협 RPC 관계자는 “지난 10일부터 수매를 시작했지만 날씨 탓에 물량이 일정치 않다”며 “벼는 들어오는 즉시 건조하지 않으면 품질이 금세 떨어져 긴장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벼뿐 아니라 과수 농가도 시름을 앓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일찍 수확한 배와 사과는 큰 피해를 피했지만, 단감은 일조량 부족으로 맛이 들지 못하고 있다. 단감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본격 수확기에 접어드는데 이 시기에 햇볕을 충분히 받아야 맛과 빛깔이 고르게 드러난다.
하지만 올해는 가을 내내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가에서는 ‘단감이 제대로 익지 못할까 걱정’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9월 강수일수는 14일로 평년 평균인 10.5일보다 많았다.
또 이달 들어 13일까지의 강수일수는 총 8일로, 평년 10월 한달 평균인 5.8일을 이미 넘어섰다. 강수량 자체는 평년보다 적었지만 땅이 마를 틈 없이 자주 내린 비가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준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과일은 햇빛을 받아야 잘 익고 맛이 나는데 한창 익어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확철을 앞둔 단감 농가가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까지 비 예보가 있어 걱정이 큰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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