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혼후 관계 회복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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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혼후 관계 회복의 징검다리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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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

울산가정법원이 2025년 9월1일부터 면접교섭센터 ‘별담소담’을 공식 운영하고 있다. 이제 울산 시민들도 이혼 후 자녀와 비양육 부모 간의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한 전문적인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면접교섭센터는 단순한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전문가의 개입을 통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치료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상담위원이 입회한 가운데 안전한 환경에서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심리상담과 부모교육이 병행되어 건강한 관계 형성을 돕는다.

이혼 가정에서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는 핵심 제도인 면접교섭권은 비양육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적 유대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의무이자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대법원도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는 이혼 후에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면접교섭권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혼 과정에서 한쪽 부모가 자녀를 심리적으로 조종해 비양육친에게 적대감을 갖도록 만드는 ‘부모따돌림(Parental Alienation)’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녀의 정체성과 정서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한쪽 부모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한 대인관계나 신뢰 형성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를 아동학대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한다.

A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협의이혼 당시 방학 중 6박 7일, 명절 중 택일하여 자녀를 만나기로 합의했으나, 첫 면접 이후 전 부인이 “아이가 아버지를 두려워한다”며 연락을 차단했다. 전 부인은 자녀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정에 제출된 영상에는 자녀가 아버지와 즐겁게 수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첫 면접 직후 아이가 아버지에게 “보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후 3년 넘게 연락이 두절되었다. 결국 A씨가 면접교섭심판청구를 제기하자, 아이의 자필로 ‘아버지와 만나지 않겠다’는 사실확인서가 제출되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자녀의 진심을 확인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면접교섭 방해에 대한 법적 대응 수단으로는 이행명령, 과태료, 위자료 청구 등이 있으나, 감치 처분은 자녀의 양육 공백을 우려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 강제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실제로 학대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면접교섭이 미칠 심리적 영향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부산가정법원의 ‘징검다리’센터는 면접교섭지원, 인도지원, 부모상담·교육 등 세 가지 서비스를 통해 부모 갈등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만남을 돕는다. 인도지원은 자녀 인도 과정에서 감정적 충돌이 자녀에게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양육친에게는 부모따돌림의 부당성을 인식시키며, 비양육친에게는 자녀의 거부 반응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면접교섭권은 단순한 법적 명령이 아닌, 관계 회복을 위한 치료적 과정으로 전환된다.

부산가정법원은 A씨 사건에서 사전처분으로 면접교섭센터 이용을 명령했다. 이는 자녀의 일시적 거부감보다 장기적인 복리를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전문적 개입 이후 자녀는 점차 경계를 풀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으며, 함께한 시간을 통해 서로의 진정한 감정을 확인했다.

이제 울산 지역에서도 이러한 회복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울산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의 개소는 이혼이 부모-자녀 관계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도록 돕는 제도적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자녀의 겉으로 드러난 거부감 이면에는 불안과 혼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애정이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자녀 복리의 출발점이다.

울산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양쪽 부모 모두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사회적 지원 체계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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