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젊은 예술인이 정착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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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젊은 예술인이 정착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20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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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산업도시 울산은 과거 1980·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오랜 기간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울산은 1995년에 울산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추게 됐다. 그 전까지는 KBS방송국 공개홀이 사실상 큰 공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야 북구문화예술회관(2003년)을 필두로 울주문화예술회관(2009년), 중구문화의전당(2014년), 장생포문화창고(2021년) 등 5개 구·군의 종합 문화예술회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제 종합 문화예술회관과 소공연장, 갤러리 등이 5개 구·군마다 최소 1곳 이상 들어서 있고, 성남동 문화의 거리의 경우 소공연장과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서울 인사동이나 부산 광복동 못지 않은 문화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각종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와 축제 등이 연중 이어지며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러나 이처럼 외형적 인프라 확충과는 대조적으로 문화예술 분야 인력·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와 내실 등은 여전히 허약하다. 그 중에서도 울산은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인력풀이 타 대도시에 비해 크게 부족하고, 연극과 뮤지컬 등의 일부 예술 장르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에서 창작 콘텐츠를 만들거나 공연을 열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못하거나 하더라도 매번 같은 배우, 성악가, 무용수들이 돌려막기식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극단 대표는 “청년들이 배우를 꿈꾸고 수도권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울산으로 되돌아 오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한다. 또 울산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결국 몇 년 뒤에 수도권 등으로 떠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젊은 예술인들의 이탈과 유입이 안 되는 근본적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지역에서는 설 수 있는 무대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에서 예술인들은 ‘투잡’ ‘쓰리잡’ 등 ‘N잡러’가 되지 않는 이상 생계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자체나 문예기관에서 시행하는 지원사업들도 대부분 단기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지역의 한 젊은 예술인은 “단기적인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인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예술 생태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데, 늘 단기적 지원에 그쳐서 아쉽다”고 말했다.

예술인의 지역 유입을 위해서는 창작 지원사업을 더 확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울산시의 올해 문화예술인 창작장려금지원사업 예산은 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외국인 지휘자 1명 연봉이 2억원에 숙박비 및 교통비 등 합치면 약 3억원에 이른다. 창작장려금지원사업 예산이 지휘자 1명에 들어가는 예산과 같은 셈이다.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형적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젊은 예술인들이 지역에 정착해 활동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 방안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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