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인공지능 시대, 노동의 지형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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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인공지능 시대, 노동의 지형이 흔들린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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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

“AI가 인간 일을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인간을 돕는 도구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생성형 AI의 확산이 가시적인 노동시장 변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속도와 폭이 놀랍다. 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AI가 도입되면 생산성이 약 1.1~3.2% 향상되고, GDP는 최대 12.6%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더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AI 도입 초기 단계이며, 생산성 혜택이 기업 규모와 업력에 따라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또한 AI와 자동화에 노출된 한국 노동자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에서는 전체 근로자 중 약 27%가 ‘고노출·저보완성(high exposure, low complementarity)’ 직종군에 속해 있어 AI 도입 시 일자리 감소나 임금 하락 위험이 크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전통적으로 AI가 위협했던 것은 단순 반복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성형 AI가 ‘요약+문서작성’ ‘데이터 검색+편집+콘텐츠 제작’ 같은 지적업무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위기로만 봐야 할까? 아니다. 실제로 AI는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예컨대 한국은행 분석은 “AI 도입이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의 양극화다. AI 도입에 따른 수혜가 대기업이나 숙련된 전문가 중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중소기업이나 낮은 숙련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즉, 생산성과 출력이 대기업·성숙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여지가 크다.

한편, 윤리적·제도적 규제의 문제도 긴급하다. AI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대신할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예컨대 문서작성·번역 분야에서 AI를 활발히 사용하는 직장에서 잘못된 정보나 오류가 나올 경우, 개발자·기업·사용자 중 누가 책임질지 명확하지 않다. 이제는 단순히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로’ 만드는지 물어야 할 때다. 한국도 AI 규제의 틀을 갖춰가는 중이다. 동시에 산업계에서는 “규제가 혁신을 막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규제가 없으면 사회 신뢰가 무너진다”는 경고도 존재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라면, 그 뒤에 책임과 투명성 체계가 따라야 한다. 또한 교육·노동정책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야 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약 63.5%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업무에 한정해도 그 비율은 51.8%에 이른다. 이는 기술 활용 여부가 생산성 격차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AI 리터러시를 높이고, 재교육·직무전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여성·청년·비정규직처럼 변화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미래는 ‘누가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누가 변화에 적응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다가오는 2030년대를 내다볼 때, AI는 인간의 일을 단순히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담당관’ ‘AI 협업 설계자’ 같은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전통 산업에서도 AI 기반 하이브리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아무리 올라가도, 인간이 자신의 존엄과 선택권을 잃는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후퇴다.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명을 위해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그 길의 방향은 바로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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