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석유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측 의원들이 이 사업을 “대국민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싸잡아 비난했다. 1차 탐사 시추 실패를 이유로 사업 전체를 비정상적인 정책으로 몰아간 것이다.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 휘말린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사기극’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대폭 삭감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처럼 여권이 정쟁의 연장선에서 탐사 실패를 이유로 전체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석유공사 측은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심해 탐사 사업은 평균 20% 미만의 성공률을 갖는 고난이도 분야이다. 단 한 차례 탐사 시추 실패만으로 사업 전체를 ‘사기’로 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공사측의 항변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을 반전시킬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 오일 메이저인 영국 BP가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 시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예산 삭감과 1차 실패를 모두 인지한 상태에서도, BP는 자체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이는 국제 에너지 시장이 이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석유공사는 현재 산업부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BP와의 세부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치 프레임에 갇힌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최근 석유공사의 ‘대왕고래’ 관련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지시한 상태다.
이 땅의 정치권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정치적 논란으로 흔들며,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얽매여 자승자박에 빠져 발목을 잡히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하며 기회를 잡으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자원 주권은 단기적인 정치 유불리로 좌우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독자적인 자원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외국 기업조차 사업성을 인정하고 자금을 투자하려는 마당에, 정작 우리 내부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사업을 흔드는 것은 미래의 자립 기반을 허무는 자해행위다. 국익을 중심에 둔 초당적 합의와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때다. 동해 가스전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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