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왼쪽 발목에 테이핑을 칭칭 감은 채 출전한 그는 경기 시작이 1시간가량 지연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도움닫기 전 관중을 향해 박수를 유도하며 특유의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던 그는, 힘찬 도약으로 울산의 금빛 행진을 이어갔다.
성진석은 경기 내내 관중과 호흡하며 스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관객들이 호응하면 집중이 훨씬 잘 된다. 긴장감이 생기면서 좋은 자극이 된다”며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전국체전 4연패를 달성한 그는 “경기 지연으로 몸이 좀 굳어서 아쉬웠지만, 감독님이 ‘프로라면 그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신다”며 “한 달 전 발목 부상으로 2주 쉬고 2주만 훈련한 뒤 출전하게 돼 걱정이 컸는데, 오히려 휴식이 약이 된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성진석은 올해 충주에서 울산시청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육상선수 출신인 부모님과 강재호 감독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 부모님께서 몸 관리나 멘탈 관리까지 세심하게 조언해 주신다”며 “아버지와 고등학교 동문이신 강재호 감독님도 잘 챙겨주시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보내주시는 기대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트랙 위에서 미소 짓는 ‘여유로운 챔피언’의 모습과 달리, 그 속에는 누구보다 치열한 승부 근성이 자리한다.
성진석의 개인 최고기록인 8.09m는 올해 열린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세운 기록이다. 이번 체전에서는 7.91m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성진석은 “한국신기록을 목표로 준비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보통 멀리뛰기 선수는 28살부터 33살이 전성기라고 하는데, 지금이 제 전성기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한국신기록과 금메달,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부산=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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