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재난(Disaster)과 관련된 재난문자, 재난시스템, 재난지원금, 자연재난, 사회재난, 재난영화 등 익숙하면서도 친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을 듣게 된다. 코로나19, 기후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자연재난, 최근 국가적으로 이슈가 되는 산업재해까지 재난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심각한 손실을 초래한다. 그래서 어느 국가와 기업을 막론하고 재난관리는 이제 필수적인 고민요소가 되었다. 익숙하면서도 친하고 싶지않은 ‘재난’이란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정의)에서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난은 풍수해와 같이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재난과 화재, 폭발, 환경오염사고 등 일정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 핵심기반의 마비 등을 가져오는 사회재난으로 구분된다. 최근 발생하는 재난은 단순한 하나의 유형보다는 연속적으로 발생하거나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 유형이 더욱 많고, 그 피해 또한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여름철 발생하는 대표적 자연재난인 집중호우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적이지만 후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사태, 옹벽붕괴뿐만 아니라 최근 울주군에서 발생한 단수와 같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최근 재난관리에서 요구되는 중요사항은 재난의 유형 그 자체를 관리하기 보다 다각적 시선을 가지고 예방과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재난관리는 위험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재난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람(전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재난관리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예방 및 피해 최소화이고, 재난관리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 역시 전문적 재난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전문가)’이다. 우수한 시스템과 장비를 갖추고 재난관리를 준비하더라도 실제로 시스템과 장비를 운영하고 대응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효과적인 재난관리는 어렵다. 특히 재난관리에서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재난관리 트라우마와 같은 치유 및 심리치료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재난의 각 단계별, 분야에 맞는 전문가가 매우 중요하다.
재난관리 전문가는 기업과 국가에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모든 단계에서 복잡한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에서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등 재난 현장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재배치하며 전문성 강화 등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기업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유로 전문인력 채용을 미루거나 최소화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고 및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 계획을 수립하고 피해최소화를 위한 역량강화 부분이 취약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의 경우, 재난 발생으로 인해 시설이 파괴되거나 운영이 중단 될 경우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손실 발생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도 하락 및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찾아내고 개선하며 비상대응 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재난관리 전문가를 통해 조직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철저하게 준비된 전문인력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위기상황을 빠르고 침착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고객과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재난관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시스템은 단기간에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으나 전문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될 수도 없을뿐더러 전문인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과 국가는 재난현장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재난관리 체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권혜옥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환경)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