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사진의 흐름, 보는 법의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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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사진의 흐름, 보는 법의 업데이트
  • 경상일보
  • 승인 202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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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하나의 예술이 장르로 인정받고 사조가 생겨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가 다루는 사진은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다. 1839년 사진술이 공표된 뒤 아직 200년도 되지 않았다. 더구나 사진은 복제와 재현을 가능케 한 기능적 태생 탓에 예술 매체로 인정받기까지 적지 않은 논쟁을 겪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사진예술의 변화와 역사를 함께 써 내려왔다. 한 매체가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며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필자는 지금 그 변화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시에 참여 중이다. 울산 중구문화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Days of Future Past’ 전시는 초기 사진의 형태부터 생성형 AI 이미지까지 아우른다. 안남용 기획자는 ‘서로 다른 시대를 규정해 온 매체적 조건이 오늘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교차하는지를 하나의 연속적 경험으로 제시한다’라고 말한다. 단순한 기술적 발전의 나열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감각의 전이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사진가의 역할은 시간에 따라 이동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증인, 디지털 시대에는 편집자, 인공지능 시대에는 설계자이자 질문자로. 전시의 시작은 사진의 물성에서 출발한다. 건축 도면 제작에도 쓰였던 청사진 기법, 암실에서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 리퀴드 프린트, 반 다이크 브라운 프린트 등 초기 공정의 질감이 먼저 놓인다. 이어 로모·홀가 같은 토이 카메라로 촬영한 컬러사진과 인스턴트 필름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지나 디지털의 시대로 넘어간다. 디지털 파트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보편적인 이미지의 문법으로 다양한 장면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 이미지 파트가 등장한다. AI 파트로 참가한 필자는 2015년의 작업을 다시 불러와 역순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과거에는 글을 토대로 현실의 모델을 세워 재현했다면, 이번에는 프롬프트(언어)에서 시작해 이미지의 세계관을 설계했다.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본다’라고 말할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

결국 이 전시는 기술의 과정을 과시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장이다. 사진사에는 여전히 ‘사조가 없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는 사진이 다른 예술의 어휘를 빌리거나, 기술의 문제로 환원돼 온 관습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사조는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축적된 실천과 비평이 거듭되면 어느 날 비로소 이름을 얻을 뿐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실천의 일환이다. 따라서 지금의 시대에 창작자와 관람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지의 생성과 감각 구조를 이해하고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는 법을 찾는 것이다. 사진의 흐름과 이미지 생성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시대의 기억을 공유하고 또 하나의 예술적 문해력을 획득하는 일이다.

오늘 중구문화의전당 전시는 막을 내리지만, 곧 율리 S갤러리에서의 순회전이 이어진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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